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이는 배터리 영업비밀 관련 다툼의 2라운드가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수입 금지로 LG에너지솔루션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데스크리포트] 3월 기업 동향과 전망-화학 정유 방산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수입금지조치를 향한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해 두 회사는 심사 기한인 4월10일까지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LG그룹과 SK그룹 총수 사이에 막판 극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  사업에서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 기업 위주로 적극적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일시적 정제마진 회복에 힘입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학 정유>

◆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로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다툼에서 우위에 섰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는 2월10일 두 회사의 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두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서 앞으로 10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관련 부품의 수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이 LG이노베이션의 고민거리다. 물론 미국 국제무역위가 SK이노베이션의 구체적 특허침해 사례를 공개하며 거부권 행사를 가로막고 나섰지만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무역대표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국제무역위의 판결이 뒤집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만간 검토에 필요한 서류도 공식적으로 제출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 기관에서 지식재산권 분쟁과 관련한 선례를 만든 이번 판결이 뒤집어진다면 앞으로 미국에서 기술 집약적 산업을 진행하기 위한 해외투자에 부정적 영향이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5년 동안 투자한 자금만 11조 원에 이르는데 이런 투자의 한 축이 미국에 세워져 있다. GM과 함께 미국 오하아이주 로즈타운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대표적이다. 그런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국제무역위의 수입 제한조치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모두 6번 있다. 그러나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거부권이 발동한 사례가 없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부족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미국 조지아주 등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LG이노베이션으로서는 마지막까지 고삐를 죄야 할 필요성이 크다.

또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미국 수입금지로 곤란을 겪을 폴크스바겐과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의 고객사이기도 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만을 내세우다가 고객사와 관계가 틀어지는 일 만큼은 피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의 신뢰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을 안게 됐다. 코나 전기차 배터리 화재에 따른 리콜비용을 LG에너지솔루션 70%, 현대차 30%로 분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품질신뢰를 향한 의구심이 커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라는 핵심 고객사와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으로선 미국 국제무역위의 배터리 10년 수입금지 결정을 놓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고객사인 포드와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확보 차질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확대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주요한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불확실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를 봐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최근 내놓은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사이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관한 최종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가 미국 산업의 공익(Public Interest)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국제무역위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고객사인 포드와 폴크스바겐에게도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포드에 4년,  국제무역위는 폴크스바겐에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과 관련해서는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은 다른 배터리 공급사로 갈아탈 시간적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가 공익을 명분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배터리업계에서 나온다.

게다가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과 테네시주에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면 GM 이외에 포드나 폴크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회사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데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의 최종결정이 나온 만큼 그동안 중단됐던 미국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 소송이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나올 수 있는 데다 소송이 이어지면 투입비용도 만만치 않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미국 대통령의 심의기간인 4월10일 이전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철수하는 선택지만 남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예비판결이 나온 뒤 올해 2월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국제무역위 결정이 3차례나 지연되면서 1년 가까이 시간을 벌었는데도 SK이노베이션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SK그룹 내부에서도 일부 흘러나온다.

이런 점을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이 합의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될 수도 있다. 합의금 규모로 일각에서 나오는 5조 원도 전기차배터리 사업의 잠재적 수익성을 고려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배터리소재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배터리 분리막용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의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분리막용 고밀도폴리에틸렌의 판매량은 올해 1만 톤으로 예상되는데 2025년에는 10만 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다만 이런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배터리소재 매출은 2천억 원 수준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잠정 매출인 12조2346억 원을 기준으로 2%도 미치지 못한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롯데그룹 화학BU(비즈니스유닛) 계열사들은 배터리소재를 새 먹거리로 키우고 있지만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대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현재 인수합병 전담조직까지 구성해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일본 쇼와덴코의 알루미늄사업부와 납축전지사업부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쇼와덴코는 2개 사업부를 인수합병시장에 내놨다.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쇼와덴코의 알루미늄사업부를 인수하면 롯데알미늄의 알루미늄 양극박사업과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유력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글로벌사업을 전개하지 못하는 일본회사가 많다”며 배터리소재회사 인수합병을 향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배터리소재 관련 시장에서 포스코케미칼, SKC 등 국내 주요 경쟁사들은 롯데케미칼보다 한참 앞서가 있다. 롯데케미칼이 인수합병을 통해 얼마나 격차를 따라잡느냐는 기업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 LG화학 

LG화학 주가에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에 따른 모회사 디스카운트(주가 할인) 현실화 가능성이 떠오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8월 상장도 가능하다는 시선이 투자업계에서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시점이 다가올수록 LG화학 주주들로서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관련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는 일반적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로 잘 알려져 있다. 지주사(모회사)와 사업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다면 시장에서 지주사(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일반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모회사와 단 1개 자회사만이 상장한 국내 상장사는 2016~2020년 5년 동안 39개다.

이 가운데 24개 회사 주가에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율로 환산하면 61.5%로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LG화학은 석유화학사업본부, 첨단소재사업본부, 생명과학사업본부, 기타사업본부(팜한농)로 구성돼 있는 사업회사다.

그동안 분사 전 전지사업본부(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성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려있었던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계기로 LG화학의 가치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업공개의 일반적 양상을 들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LG화학 주주들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따른 지분율 하락뿐만 아니라 낮은 공모가격 책정에 따른 기업가치 희석 측면의 손해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으로 LG화학이 2020년 12월 물적분할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하기 전 개인주주의 반대가 거셌다.

반면 LG화학에 남아있는 사업들도 성장 전망이 나쁘지 않은 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현재보다 높게 받는다면 LG화학 기업가치도 함께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에쓰오일 비롯한 정유4사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가 일시적 정제마진 회복에 힘입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정제마진이 다소 회복되면서 2월까지는 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을 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정제마진 회복은 정유제품 수요 증가보다는 일시적 공급 차질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4사는 정유제품 수요 회복조짐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를 좌우하는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정유4사로서는 정유제품 수요 회복이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인 국제유가가 당분간 최소한 현재 수준인 60달러 초반대나 이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유지되는 게 정제마진 회복에 긍정적이라고 바라본다. 

이에 따라 정유4사는 1분기 흑자전환 가능성과 관련해 3월 국제유가 변화 흐름에 따른 정제마진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4사는 올해 실적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타격을 입어 합산 영업손실 5조7275억 원을 냈다. 에쓰오일은 그나마 지난해 4분기에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봤다.

<방산>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위성 전문제작업체 쎄트렉아이 인수를 결정한 뒤 신사업인 우주사업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쎄트렉아이 인수로 위성제조부터 발사까지 우주위성사업의 모든 역량을 보유하게 되면서 기존 항공사업에 더해 우주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이 미래 신사업으로 우주사업을 낙점한 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사업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의 미래사업으로 우주사업을 꼽은 데 이어 김 회장의 첫째 아들 김동관 한화 전략부문장 겸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내이사에 올라 직접 우주사업을 이끈다.

김 사장이 계열사 사내이사를 맡는 것은 태양광사업을 하는 한화솔루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태양광에 이어 우주사업까지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워낸다면 후계자로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는 만큼 함께 우주사업을 함께 이끌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신 대표는 3월 주총에서 김 사장과 함께 쎄트렉아이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오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솔루션에 이어 한화그룹의 미래를 이끌 핵심 계열사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