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징계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라임펀드 판매액이 적지만 농촌 및 고령층이 많은 고객 특성상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NH농협은행 라임펀드 판매규모 적다, 금감원 징계수위에 촉각 세워

▲ 권준학 NH농협은행 은행장.


NH농협은행이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게 되면 은행 이미지 하락은 물론 사모펀드 판매도 어려워져 비이자수익 확대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의 징계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2월5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김도진 전 IBK기업은행장의 징계를 결정한 데 이어 2월2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한 제재심도 진행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징계가 결정되면 NH농협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 하나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KDB산업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의 제재심이 열린다.

제재심과 별도로 NH농협은행을 비롯해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 등을 대상으로 라임펀드 투자손실건의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도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2월24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마무리됐다.

NH농협은행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감원의 제재 수위가 금융권의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5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기관경고’의 중징계와 함께 임원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바 있다.

라임펀드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를 각각 사전에 통보받았다.

NH농협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라임펀드 판매액이 적다.

은행들 가운데 라임펀드 판매규모가 큰 곳은 우리은행 3577억 원, 신한은행 2769억 원, 하나은행 871억 원 등이다. NH농협은행은 89억 원에 그친다.

판매규모 자체는 월등히 적지만 직원이 고객에게 적합한 투자방식을 권유해야 하는 적합성 원칙 위반사례가 증권사보다 은행에서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NH농협은행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은행 고객은 증권사 고객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낮다.

더욱이 NH농협은행은 농협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농어촌 점포 비중이 크고 고객 가운데 고령자가 많다. 안정적으로 투자를 바라는 고객의 비중이 다른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금감원이 NH농협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판매규모 자체와 무관하게 중징계를 내릴 수도 있는 셈이다.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의 특성상 은행으로서는 이미지 하락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OEM펀드와 관련해 판매사로서는 은행권 최초로 과징금을 받았던 적이 있다. 라임펀드 사태로 연이어 징계를 받으면 은행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만든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NH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OEM펀드 방식으로 주문한 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았다.

공모펀드에 따르는 규제를 피하려 펀드를 쪼개서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둘 이상의 사모펀드가 자금조달계획, 판매시기 등을 고려해 동일한 펀드로 판단될 때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NH농협은행의 비이자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 받으면 펀드 판매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라임사태 이후 NH농협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6대 시중은행 가운데 사모펀드 판매 감소폭이 가장 컸다.

NH농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2019년 12월 말 7209억 원이었으나 2020년 12월 말 2329억 원으로 67.7% 감소했다.

사모펀드 규모 자체가 다른 은행보다 적은데도 감소비율은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63%, 우리은행 46.9%, 하나은행 44.4%, 기업은행 7.2% 각각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은 8.6% 증가했다.

라임펀드 사태는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모펀드 4개, 자펀드 173개의 환매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폰지사기,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의 불법행위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확산된 일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7월 라임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최대 51%를 선지급으로 보상했다. 앞으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최종 보상비율을 결정하면 선지급과 차이를 정산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