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케이블TV업체 LG헬로비전과 사업적 시너지를 본격화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까?

LG유플러스는 8천억 원을 들여 사들인 LG헬로비전 인수효과를 아직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LG유플러스 8천억 들인 LG헬로비전과 시너지 고심, 합병도 고려하나

▲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


26일 증권가 안팎에서는 LG유플러스가 LG헬로비전과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LG헬로비전과 콘텐츠부분을 포함해 사업적 협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만큼 사업의 실질적 통합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J헬로를 인수해서 2020년에는 두 회사의 콘텐츠를 교류하고 각자의 서비스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식의 협업을 해왔고 중복되는 케이블회선의 효율화작업 등을 진행했다”며 “앞으로는 콘텐츠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협력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사업, LG헬로비전의 케이블TV사업을 따로 운영하는 지금의 방식에서는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LG유플러스가 내부의 인터넷TV사업을 분사해 LG헬로비전과 합치는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SK텔레콤, KT 등 경쟁사들은 미디어사업 등을 분사해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사업의 가치를 현실화하는 데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재 LG헬로비전은 주가 등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합병을 통해 LG헬로비전의 가치도 높이고 전체 미디어사업의 크기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 합병이슈가 떠오르고 있다”며 “현재 두 회사의 주가를 보면 소규모합병이 가능하고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헬로비전과 시너지를 고민할 시점이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소규모합병은 합병 신주의 발행 규모가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일 때 주주총회의 합병 승인을 거치지 않고 이사회 승인으로 대신하는 간소화된 합병 절차를 말한다.

회사가 합병하면 피합병회사의 주주들은 기존 보유주식을 새로운 합병회사의 신주로 교환받는데 현재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시가총액 차이를 고려하면 LG유플러스는 신주를 10% 미만으로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종가 기준 LG유플러스 시가총액은 5조1520억 원인데 LG헬로비전은 시가총액이 3501억 원에 그친다.

애초 2019년 LG유플러스가 CJENM으로부터 CJ헬로 지분 50%+1주를 인수할 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LG유플러스가 2~3년 안에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LG헬로비전을 별개의 자회사 형태로 유지하는 것보다 상호 가입자의 결합상품 가입을 쉽게 유도할 수 있고 평균수익(ARPU)이 낮은 케이블TV 가입자를 인터넷TV 가입자로 전환하는 것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도 LG헬로비전 인수 발표 직후 합병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일정 기간은 각자 정체성을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이동통신3사가 인터넷TV와 케이블TV 등을 모두 차지하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까지 통합해 운영하는 쪽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LG헬로비전은 CJ헬로에서 LG로 간판을 바꿔단 지 1년이 지났지만 케이블TV와 알뜰폰사업 모두에서 오히려 이전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LG헬로비전은 인터넷TV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로 중심축을 옮겨간 미디어시장에서 케이블TV시장 자체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보니 가입자 이탈을 막는 데 고전하고 있다. 

알뜰폰사업에서도 LG유플러스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영업활동에 영향을 받아 2020년 시장 1위 자리를 경쟁사 KT엠모바일에 내줬다.

LG헬로비전은 LG유플러스가 인수하기 전인 2018년 영업이익 670억 원을 냈는데 2020년에는 영업이익 340억 원을 거뒀다. LG헬로비전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도 2018년과 비교해 10.1% 줄어들었다.

LG유플러스와 협력을 통한 실질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LG유플러스도 미디어사업부문을 놓고 고삐를 늦출 수 없다. LG헬로비전 인수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지만 1위인 KT와 격차는 여전히 크고 3위인 SK텔레콤과 경쟁에서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KT와 SK텔레콤은 각각 딜라이브, CMB 등에 눈독을 들이며 케이블TV 추가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헬로비전 합병은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