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4대 금융지주에 안착했다.

손병환 회장이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등 보험 계열사의 실적을 더 끌어올린다면 순이익 순위에서 하나금융지주가 자리한 3위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NH농협금융 4대 금융지주 반열에, 손병환 보험계열사 실적은 아쉬워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로 이뤄진 4대 금융지주 구도에 변화가 생겨났다는 시선이 나온다.

NH농협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과 같이 5대 금융지주로 불리면서도 4대 금융지주로 좁힐 때에는 이름이 빠지기도 했는데 이번에 4대 금융지주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2020년 1분기까지만 해도 우리금융지주는 NH농협금융지주보다 순이익을 많이 거두면서 순이익 기준 4대 금융지주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1분기 연결기준 NH농협금융지주는 3387억 원, 우리금융지주는 518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보다 순이익을 많이 거두면서 연간 순이익 차이가 4천억 원가량으로 벌어졌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는 1조7359억 원, 우리금융지주는 1조3073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농업지원사업비 4281억 원까지 고려하면 순이익은 7천억 원이 넘게 차이난다. 

2019년 NH농협금융지주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차감하기 전 순이익 2조693억 원을 거둬 우리금융지주(1조9041억 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농업지원사업비를 차감한 순이익(1조7796억 원)은 우리금융지주에 못 미쳤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협 본연의 목적사업인 농업인·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NH농협금융지주 등 계열사가 농협중앙회에 해마다 납부하는 분담금이다.

손병환 회장도 4대 금융지주 안착을 놓고 공개석상에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손 회장은 3일 열린 2021 경영전략회의에서 “4대 금융지주 위상에 걸맞게 시장 경쟁력 제고를 통한 범농협 수익센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금융지주와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NH농협금융지주를 단순히 순이익만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산규모에 비해 순이익이 적어 4대 금융지주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부분이 있던 만큼 손 회장으로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을 넘어선 데 의미를 둘 수 있다.

2020년 12월 말 기준 NH농협금융지주의 총자산은 483조5천억 원이다. 

KB금융지주는 610조7천억 원, 신한금융지주 605조3천억 원, 하나금융지주 460조3천억 원, 우리금융지주 399조 원 등이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일반 금융지주사와 달리 농업과 농촌 발전을 위한 수익센터로서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순이익이나 자산규모에 따른 순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농업금융 역할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 및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통해 고객 중심의 신뢰경영을 정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증가 덕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가 거둔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보다 6.1%포인트 증가한 24.9%로 집계됐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가 20%를 넘은 것은 농협금융지주 출범 이후 사상 처음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5770억 원을 거두며 2019년보다 순이익이 21.3% 늘었다. NH농협생명은 401억 원에서 612억 원으로 52.6% 증가하고 NH농협손해보험은 68억 원에서 463억 원으로 580.9% 늘었다.

코로나19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이유로 핵심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실적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은행계열사들이 이를 보완하며 실적을 방어한 셈이다.

다만 보험계열사의 실적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뒤처지는 만큼 손 회장이 보험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생명의 순이익은 신한금융지주의 오렌지라이프(2793억 원)와 신한생명(1778억 원),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2278억 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NH농협손해보험의 실적도 KB손해보험이 거둔 1639억 원과 격차가 크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손해보험사 가운데 순이익 순위로 다섯 번째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의 수익성이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이를 더 끌어올린다면 하나금융지주와 순이익 경쟁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전환 이후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계열사 보강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순이익이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지만 KB금융지주, 신한금융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모두 순이익이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손 회장에게 보험계열사의 실적은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3조4452억 원을 거뒀다. 2019년보다 4.33% 증가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순이익은 2019년보다 0.3% 늘어난 3조4146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지주는 순이익 2조6372억 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9년보다 10.3%(2457억 원) 증가했다.

반면 NH농협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이 각각 2.5%, 30.1%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