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재건축사업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재건축사업으로 돌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사업 규제가 완화되면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서울 도시정비사업에서 확고한 인지도를 쌓아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선회 움직임, 현대건설 GS건설은 반갑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3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가 4일 내놓기로 한 서울 주택공급 확대정책에는 민간 재건축사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서울 주택공급 물량이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재건축사업 없이 대량의 주택공급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규제완화방안으로는 재건축사업 절차를 줄이는 통합심의, 안전진단심사 간소화, 재건축사업 초과이익 환수제 유예, 뉴타운 해제구역 재건축사업 추진 등이 꼽힌다. 

서울 재건축사업 진행을 더디게 했던 주요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확정되면 재건축사업을 실질적으로 활성화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도시정비업계는 보고 있다. 

재건축사업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이미 서울 주택시장에서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는 리모델링 시공사 선정이 끝나고 주민 동의율을 70% 이상 받는 등 순항하고 있지만 최근 재건축사업 추진을 주장하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재건축사업 규제 완화가 현실화된다면 서울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조합원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의 골조를 남겨둔 채 용적률을 지키는 수준에서 층수를 조금 높이거나 별도 동을 짓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리모델링을 거쳐도 세대수 확대에 따른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합원 분담금은 큰 반면 오래된 아파트의 평면이 유지돼 만족도는 높지 않은 사례가 많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라면 굳이 리모델링을 선택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감지되는 이런 변화가 매우 반가울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재건축사업 규제로 어쩔 수 없이 수익성이 낮은 리모델링 수주전에도 뛰어들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도권 재건축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아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대형건설사들의 아성으로 여겨진다. 

최근 주택사업에 강점이 있는 대형건설사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재건축사업 규제 완화에 따른 수주 기대감 등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대형건설사 가운데서도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서울 재건축사업 확대에 따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수 있는 회사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 가장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19년, 2020년 모두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에 올랐고 지난해 수주액은 4조7383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나타내기도 했다.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으로 주택사업에 강점을 지닌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앞으로 3년 동안 회사를 이끌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서울 재건축사업이 확대됐을 때 현대건설이 높은 수주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를 내세워 도시정비사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GS건설은 고급 브랜드를 내놓는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자이만으로 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만큼 자이의 경쟁력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이는 조사기관이나 응답 연령대에 따라 소폭 차이는 있으나 많은 브랜드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이는 향후 수도권 도시정비사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