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업계의 연구개발역량이 이마바리조선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상선시장에서 일본 조선업이 살아남는 길을 LNG(액화천연가스) 이후의 차세대 연료추진선에서 찾고 있다.
 
일본 조선사 LNG추진선 이후에 역량집중, 한국 조선3사도 대응 시급

▲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대표이사 사장.


차세대 연료의 가능성은 모든 조선사에 열려있는 만큼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 조선사들도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1위 이마바리조선과 일본 2위 JMU(Japan Marine United)의 업무제휴로 이마바리조선이 JMU의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서 1일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51대 49로 합작한 니혼조선소가 공식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이마바리조선이 JMU 지분 30%를 확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닛케이아시아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히가키 유키토 사장의 차남인 히가키 카즈유키 이마바리조선 전무이사가 JMU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도 맡는다.

애초 니혼조선소는 이마바리조선과 JMU의 선박 설계와 연구개발 및 영업을 통합하기 위해 발족이 추진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단순 연구개발협력을 넘어 일본 조선업계에서 이마바리조선의 영향력이 훨씬 강력해지는 협력이었던 것이다.

이는 일본 조선업계의 통합 움직임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일본 정부는 국토교통성의 주도 아래 일본의 주요 조선사 15개를 모두 통합해 선박의 수주영업부터 설계와 건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마바리조선이 이 계획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조선업계에선 바라본다.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일본 조선사는 2019년 수주잔량 기준 글로벌 3위의 이마바리조선 뿐이기 때문이다.

히가키 사장은 일본 조선업계의 연구개발역량을 모아 수소연료전지와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추진선의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눈앞의 친환경 연료로 LNG가 각광받지만 일본 조선사들은 LNG운반선과 LNG추진선 등 LNG선 수주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이 LNG운반선 150척을 확보하기 위한 슬롯 예약계약을 맺을 때도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한국 조선3사(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만이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을 뿐 일본 조선사들은 배제됐다.

히가키 사장은 일본 조선업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니혼조선소의 경영방침을 ‘LNG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상선 설계 및 판매’로 세웠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히가키 사장의 노력이 조선3사의 글로벌 위상을 흔드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일본 조선업계는 1988년 일본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을 거치며 몰락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설계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되고 각 대학교들의 조선공학과들이 폐지돼 조선사의 설계능력이 약화한 탓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이 글로벌 잔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2020년 기준으로 12%까지 비중이 낮아졌다.

이마바리조선조차도 해외수주보다는 일본 해운사들의 일반화물선(벌커)이나 원유운반선 발주를 통해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고부가선박 수주는 도전조차 못하는 것이 일본 조선업계의 현주소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조선업 전망 및 향후 발전전략’ 보고서에서 “일본 조선업은 구조조정으로 설계와 연구개발인력을 산업에서 퇴출해 기술적 발전의 동력을 스스로 차단했다”며 “최소한의 설계인력만 남아 있는 일본 조선사들은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LNG 이후의 연료가 필요해지는 시기가 오면 일본 조선사들에게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암모니아추진선이 좋은 사례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평균보다 70% 줄이는 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기준은 LNG로 충족할 수 없으며 수소나 암모니아 등 대체연료 추진선이 필요하다.

선박의 내구연한이 일반적으로 30년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2050년에 쓰일 선박의 발주가 본격화하는 시기는 그다지 멀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앞서 18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그리스 선사 아빈인터내셔널(Avin International)이 중국 장쑤뉴타임스조선에 수에즈막스급(12만~20만 DWT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 원유운반선을 1척 발주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선급협회 ABS는 이 선박을 암모니아-레디선(암모니아추진선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선박)으로 분류했다. 암모니아를 선박연료로 ‘염두에 둔’ 발주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암모니아추진선 개발프로젝트는 독일 엔진회사 만에너지솔루션(MAN Energy Solutions)이 글로벌 상위권 조선사들과 개별적으로 연구개발에서 협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 조선3사도 각자 만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해 선박 종류별로 암모니아추진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조선사 LNG추진선 이후에 역량집중, 한국 조선3사도 대응 시급

▲ 권오익 대우조선해양 기술본부장(오른쪽)과 이진태 로이드선급아시아 대표이사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암모니아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인증서 수여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이 MR탱커(순수 화물적재톤수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 대우조선해양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삼성중공업이 아프라막스급(8만~12만 DWT 크기의 액체화물운반선) 원유운반선을 암모니아추진선으로 각각 개발해 글로벌 선급들의 기본승인(AIP)도 받았다.

이마바리조선은 일본 조선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만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하고 있다. 2022~2024년 안에 실제 건조할 수 있는 암모니아추진선의 설계와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암모니아 등 LNG 이후의 대체연료 추진선은 아직 건조사례가 없다. 히가키 사장도 이 시장에 집중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히가키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쌓아온 설계능력과 영업력을 융합해 대체연료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선박의 연구개발을 추진하겠다”며 “이마바리조선은 올해 고품질의 선박을 개발하고 ‘더 나은 선박 건조’에 도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 확보는 한국과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조선3사에게 이마바리조선의 약진이 잠재적 위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