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국에너지공과대학(한전공대)의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2022년 학교 설립을 위한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였다.

다만 국민의힘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한전공대 설립에 사용하는 데 반대하고 있어 한국전력이 원하는 한전공대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 과정이 험난할 수 있다.
 
[오늘Who] 한국전력 한전공대 재원 숨통 터, 김종갑 야당 설득 남아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14일 한국전력 안팎에 따르면 정부가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을 공포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범위를 확대하면서 한국전력이 한전공대 재원을 마련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정부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제34조 4호를 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용범위를 기존 ‘전력산업 전문인력 양성’에서 ‘전력산업 및 전력산업 관련 융복합 분야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리’로 확대해 한전공대에도 재원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매달 국민과 기업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3.7%씩 떼어 별도로 적립한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5조2천억 원가량이 적립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개정 이유를 “전력사업 및 에너지산업 분야 융복합 인재 양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지원 근거를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용 범위에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한국전력공사에도 많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우려해 왔는데 이번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한숨을 돌린 셈이다.

한국전력공사 한전공대설립단의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2025년 전체 학년을 구성해 대학 편제를 완성까지 설립비 6210억 원, 연간 운영비 641억 원 등 모두 8289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반발하고 있어 한국전력공사는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담은 한전공대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가 순조롭지 못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한전공대 특별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폐지와 축소,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 삭제, 기금운용의 심의와 의결을 위한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설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구 의원은 이번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이 공포되자 보도자료를 내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설립 필요성도 불분명한 한전공대 설립지원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한국전력과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폐지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전공대 설립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장 급하지도 않은 대학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립하기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쓰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라고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 국민의힘의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개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전공대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품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한전공대를 정상적으로 개교하기 위해서는 한전공대 특별법안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기 때문에 국민의 힘을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지난해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전공대의 설립은 에너지 과학인재 육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9년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한전공대는 국내 에너지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지금까지 모든 대학들이 취업형 대학이었다면 이 학교는 창업형이라는 점에서 방향 자체가 다르다”며 “야당 의원들이 조금 더 이해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