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전자, 통신업계가 코로나19 뒤를 준비하는 데 분주하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파도를 타기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비메모리반도체 위탁생산)에 과감한 투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데스크리포트] 1월 기업 동향과 전망-전자 반도체 통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전기차시대를 맞아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에서 도약을 노린다.

5G시대의 본격적 전개를 앞두고 SK텔레콤과 KT는 B2B(기업 사이 거래)시장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을 목표로 바쁜 걸음을 이어간다. 

LG유플러스는 코로나19뒤 스마트교육 등 비대면산업을 중심으로 B2C(소비자와 기업 사이 거래)사업에 힘을 준다는 전략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반도체>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2021년 파운드리(비메모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상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파운드리분야 성장세가 메모리반도체 이상으로 가파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 가운데 가장 경쟁력을 갖춘 사업으로 꼽힌다. 특히 최첨단 나노공정이 가능한 기업은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둘 뿐이다. 

파운드리분야 선두인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설립계획을 세워 삼성전자도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사업 확대를 위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게다가 세계적 반도체 선도기업 인텔이 자체 생산을 점찰 줄이고 외부 위탁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엔 인텔뿐 아니라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을 맡길 세계적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들이 즐비하다. 시스템반도체의 호랑이 굴에서 어떤 싸움을 펼칠 지는 올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의 추격의 뿌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수요가 늘어나는 낸드플래시에 경쟁자들의 2~3배에 달하는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출하량 세계1위 유지뿐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자존심도 회복해야 한다. 지난해 내놓은 갤럭시S20의 판매부진을 딛고 연초 선보일 갤럭시S21이 흥행몰이를 하느냐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을 놓고 2021년 공격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예상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시장 규모는 2020년 4318억GB에서 2024년 1조3662억GB까지 연평균 3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대 성장이 예상되는 D램과 비교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가 셀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 경쟁력을 가다듬으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까지 매듭지으면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낸드플래시사업은 2018년 이후 약 2년 동안 적자가 이어졌는데 앞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가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로 더욱 균형잡힌 메모리사업구조를 갖춘다면 삼성전자에 이어 기업가치 100조 원 등극도 노려볼 수 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공격적 행보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하나는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상장 여부다. SK하이닉스는 약 4조 원 규모의 키옥시아 지분을 들고 있다. 

키옥시아가 상장한다면 현금화를 통해 인텔 낸드사업 인수자금을 마련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다른 하나는 SK하이닉스의 모회사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문제다. 현재 지배구조체계에서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고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려면 그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SK텔레콤가 중간지주사로 전환한다면 SK하이닉스는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다양한 기업들을 인수합병을 할 때 지분 100%를 사들이지 않아도 된다. 

◆ LG전자

LG전자가 전기차 확대 흐름을 타고 2021년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사업에서 흑자전환을 이룰 가능성이 나온다.

LG전자의 전장사업 수주잔고는 2020년 말 기준 60조 원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악재에도 1년 전보다 7조 원가량 늘었다. 

특히 수주잔고 증가분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용 부품 비중이 2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장사업 매출 비중은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 결합) 50%, 전기차용 부품 20%, 조명 30%로 추정된다.

전기차용 부품 비중이 커지면 앞으로 전장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주요 전장 고객사인 현대자동차, 폴크스바겐, GM 등이 전기차사업에 힘쓰는 점도 LG전자 전장사업에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특히 현대차는 2025년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를 포함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 100만 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회사인 마그나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점도 유럽 중국 등 글로벌시장에서 전장사업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마그나는 포드, BMW 등 대부분 주요 제조사에 거래선이 확보돼 있다. 의미있는 동반자 역할이 기대된다.

LG전자는 주력 TV시장에선 새 프리미엄 제품인 ‘LG QNED’를 들고 시장을 공략한다. 

신제품은 기존 액정디스플레이(LCD)TV와 비교해 훨씬 나은 화질을 보여주면서도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LG QNED로 삼성전자와 프리미엄TV 시장 경쟁을 주도하면서도 아울러 자사의 대표적 프리미엄 제품군 올레드(OLED)TV 수요를 잠식하지 않도록 신중한 마케팅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통신>

◆ SK텔레콤

SK텔레콤은 2021년 5G시대 핵심 사업분야로 모빌리티사업에 본격적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그 출발은 우버와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가맹택시사업이다. 

SK텔레콤은 우버와 함께 지난해 말 모빌리티 전문기업 ‘티맵모빌리티’를 출범한 데 이어 상반기 안에 가맹택시사업을 함께 하기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SK텔레콤의 시선이 단순히 가맹택시사업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가맹택시 사업은 미래 모빌리티사업의 기초자산인 고객의 이동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해 종합 모빌리티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자율주행, 물류 등 모빌리티산업 전반에서 사업을 펼쳐 공유경제의 핵심플랫폼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 카카오와 힘을 모아 인공지능(AI) 핵심 기능과 기술을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인공지능분야의 기술력은 본업인 5G통신뿐 아니라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다른 비통신사업부문에서도 필수이자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상반기에 공개될 인공지능 플랫폼은 SK텔레콤 미래를 살펴볼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KT

KT는 5G시대의 비전을 B2B(기업 사이 거래)시장에서 바라본다. 디지털 플랫폼으로서 기업의 디지털 전환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다.

2020년 연말 인사에서 단행한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이런 행보에 올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5G통신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함께 결합해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하는데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KT는 통신사업에서 안정적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시장에선 ‘늙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젊은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관련 개발 인력과 컨설팅 인력도 많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 2년차인 올해 젊은 기업으로 변신 조짐이 완연하게 나타날수록 KT 기업가치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도 대표이사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본격적 5G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내정자는 경쟁사들과 다른 방식으로 5G시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쟁사들이 5G사업의 무게추를 B2B(기업과 기업 사이 거래)시장으로 옮기는 것과 달리 황 내정자는 B2C(소비자와 기업 사이 거래)사업에서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한다.

황 내정자는 영업 전문가로 꼽히는데 스마트교육, 헬스, 보안 등 B2C분야로 꼽히는 사업영역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드론 등 5G시대 대표적 신사업으로 꼽히는 영역은 미래를 대비하는 사업이지만 당장 매출이 생길 수 있는 사업은 아니어서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의 변화로 스마트교육, 스마트헬스케어 등 비대면산업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3위 기업인만큼 경쟁자들과 소모적 경쟁을 벌이는 대신 고객에게 직접 다가가 LG유플러스의 5G 생태계를 넓혀가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낼 지 여부가 LG유플러스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