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농협중앙회 회장선거 직선제 전환을 추진하는 데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게 됐다.

여당과 야당의 입법 갈등으로 직선제 전환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 국회 때처럼 농협법 개정 논의가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농협회장 직선제 도입 국회에서 진척 안 돼, 이성희 1호공약 가물가물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16일 농업계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여야의 힘겨루기와 ‘부가의결권’에 발목 잡힌 모양새라는 말이 나온다.

이달 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를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 제안했지만 이 의원이 부가의결권을 이유로 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부가의결권은 조합이 조합원 수에 따라 중앙회 총회 및 대의원 선출할 때 1~3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성희 회장이 1호 공약으로 직선제 전환을 내세우는 등 직선제 전환을 바라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관련부처인 농림식품축산부에서는 조합원 수 편차가 큰 조합들이 모두 1표를 행사할 때 표의 등가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부가의결권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위원들 사이 직선제 전환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만희 의원이 부가의결권을 꺼내든 것을 놓고 농업계에서는 면피성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여당과 야당의 입법 갈등이 깊어지면서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농협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놓고 본회의 강행 처리를 추진하고 이에 국민의힘이 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로 맞서는 과정에서 농협법 개정안은 정치권 이슈에서 뒷전으로 밀렸다.

이에 앞서 새 국회가 출범한 뒤 국회 다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직선제 전환을 위한 농협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농해수위 위원들 사이 여야를 막론하고 직선제 도입에 찬성하는 쪽으로 합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계에서는 농협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치권 논리에 밀려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셈이다. 

농협법 개정안은 이미 20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농식품부가 부가의결권을 내세우며 반대해 막바지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를 넘겨 자동으로 폐기된 바 있다.

새 국회 출범과 함께 이른 시일 안에 법 개정에 탄력이 붙어야 하는데 내년으로 미뤄지다 보면 또다시 논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어 이성희 회장으로서는 고민이 클 수 있다. 

이 회장은 간선제를 통해 농협 회장에 올랐지만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지낼 때부터 직선제 도입을 주장하고 회장선거에서 직선제 전환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직선제 도입 의지가 확고하다.

농협중앙회장 선출방식은 1988년 대통령 임명제에서 조합장 직선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2009년에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었다.

현재 간선제에서는 1118개 조합장 가운데 뽑은 293명의 대의원들이 농협중앙회장을 뽑는다.

이때 영향력이 크지 않은 조합장은 대위원이 되기 어렵다. 조합장의 영향력은 자산, 사업량, 조합장 재선 유무, 학연 및 지연 등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대의원이 나오지 않은 조합은 농협중앙회의 여러 사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고 일부 조합장만 선거에 참여하다 보니 투명성과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다는 시선이 있다.

농업계 관계자는 “중앙회장의 권한이 높은 한국에서는 농협 민주화의 상징인 조합장 1인1표가 합당하다”며 “이미 경제사업과 관련한 의결에서 부가의결권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회장을 선출하는 데 부가의결권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