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사업에서 흑자전환의 희망을 보고 있다.

다만 모바일사업은 내년에도 적자규모를 줄이는 데 그쳐 여전히 아픈손가락으로 여전히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봉석 LG전자 전장 흑자전환 희망 봐, 스마트폰은 아직 적자 줄이기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1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전자가 자체적으로 연간 영업이익 3조 원대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전장사업와 모바일사업의 반등이 필요하다.

LG전자는 올해 생활가전과 TV 실적이 좋아 역대 처음으로 3조 원대 영업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는 LG전자 연결 자회사 LG이노텍의 실적이 포함된 성과다. LG이노텍을 제외한 LG전자 별도 영업이익은 2조5천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권 사장의 목표대로 전장과 모바일의 턴어라운드(흑자전환)가 이뤄질 경우 LG전자의 실적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LG전자에서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와 모바일을 맡은 MC사업본부는 올해 합쳐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바꿔 말해 두 사업본부 실적이 손익분기점에 이르기만 해도 LG전자 전사 영업이익이 단숨에 1조 원가량 더 늘어나는 셈이다.

권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1년을 전장과 모바일사업의 흑자전환 시점으로 잡은 바 있다. 

그는 “모바일 턴어라운드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2021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도 그 목표에 변화가 없다”며 “전장은 현재 추정 매출과 원가율을 따져봤을 때 2021년 (모바일사업과) 동시에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 전장사업만 놓고 보면 내년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전장사업에서 2020년 말 기준 모두 60조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수주잔고는 53조 원 규모로 추산됐는데 올해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주 규모를 더 늘린 것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이처럼 증가한 수주잔고 가운데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용 부품 비중이 25%에 이른다. 올해 전장사업 매출 비중은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오락 결합) 50%, 전기차용 부품 20%, 조명 30%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전기차용 부품 비중이 커지면 앞으로 전장사업의 수익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전장 고객사인 현대자동차, 폴크스바겐, GM 등이 전기차사업에 힘쓰는 점도 LG전자에 긍정적이다. 특히 현대차는 2025년 하이브리드와 수소차를 포함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 100만 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장 매출에서 전기차용 부품과 조명 비중이 커질수록 수익성 개선에 유리하다”며 “2021년 현대자동차, 폴크스바겐, GM과 같은 '반 테슬라(Non-tesla)' 진영의 신규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하는 만큼 LG전자 전장사업의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LG전자 모바일사업에 관해서는 전장과 비교해 흑자로 돌아서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권봉석 LG전자 전장 흑자전환 희망 봐, 스마트폰은 아직 적자 줄이기

▲ 가로로 돌리는 스마트폰 '윙'. < LG전자 >


LG전자는 독특한 형태의 스마트폰 ‘익스플로러 제품군’,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유니버설 라인’을 병행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벨벳, 하반기 가로로 돌리는 스마트폰 윙 등을 출시했다. 내년에는 두루마리형(롤러블) 스마트폰 등을 선보일 것으로 예정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3분기 LG전자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1.4%로 지난해 1.3%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5G스마트폰 이후 스마트폰의 차별화가 적어진 시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호 브랜드가 고착돼 LG전자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통해 스마트폰 생산비용을 줄이는 데도 힘쓰고 있다. ODM은 외부 업체에 제품 생산과 연구개발을 맡기는 방식을 말한다. 

LG전자는 ODM 비중을 올해 60%에서 내년 70% 이상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또 최근 조직개편으로 ODM을 전담 관리할 ODM사업담당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런 전략들을 통해 내년부터 당장 모바일사업의 흑자를 보이지는 못해도 적자규모를 상당 부분 줄이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는 올해 7250억 원에서 내년 323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보다는 위탁생산 비중 확대 등 비용 절감에 따른 적자 축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5회 전자·IT의 날’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MC사업본부가 올해 성공적으로 원가 절감을 했다”며 “내년에는 프리미엄 중심으로 좀 더 성장하고 질적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MC사업본부의 흑자전환 시점을 놓고는 “열심히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