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연말배당 규모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주주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올해 실적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고려하면 연말배당을 늘릴 필요가 있는데 배당을 자제하라는 금감원의 신호를 무시하기도 쉽지 않다.
 
4대 금융지주, 연말배당 두고 금감원과 주주 사이에서 난감한 처지

▲ 금융지주 로고.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말배당 시즌을 앞두고 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지주를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이 3분기까지 호실적을 거두면서 연말배당에 관한 주주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리며 재무 건전성을 챙기는 가운데서도 순이익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신한금융지주는 2조9502억 원, KB금융지주는 2조8779억 원, 하나금융지주는 2조9502억 원, 우리금융지주는 1조140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신한금융지주는 1.9%, KB금융지주는 3.6%, 하나금융지주는 3.2% 증가했고 우리금융지주만 31.6% 줄었다.

금융지주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장기적으로 배당성향 3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 27%, KB금융지주 26.0%, 신한금융지주 25.97%. 하나금융지주 25.78%다.

하지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를 향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금융지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 원장은 7일 연말배당과 관련해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점검하고 그 분석에 따라 은행권과 협조해 합리적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은행들과 배당을 줄이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파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대출 만기 연장, 이자유예조치가 끝나면 잠재 위험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은행들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점도 금융지주들이 연말배당을 늘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원장이 금융지주를 향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자 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는 제목의 청원까지 등장했다.

청원인은 “사기업에 대한 배당 축소를 정부에서 강요할 수 없다”며 “금감원은 코로나19로 한시적 배당 축소를 주장하고 있지만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인 배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는 것이다.

경영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사내유보로 쌓을지,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줄지 판단하는 일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