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벤처캐피털(VC)도 인수후보군에 넣을까?

손 회장은 올해 탐낼만한 증권사 매물을 찾지 못해 비은행부문 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벤처캐피털 인수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오늘Who] 우리금융 증권사 인수 쉽지않아, 손태승 벤처캐피털 보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벤처캐피털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손 회장은 비은행부문 강화가 우리금융그룹에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인수후보군을 폭넓게 살피려는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올해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매물을 물색해왔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등으로 증권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증권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어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손 회장이 증권사 매물만 마냥 기다리며 비은행부문 강화를 미뤄두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비은행부문에서 부족한 약점이 드러나며 실적 정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각각 24.1%, 16.6%, 3.2%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1.3% 감소했다. 

올해 3분기 기준 비은행부문 수익비중을 살펴보면 신한금융지주 41%, KB금융지주 40.3%, 하나금융지주 31.3%인데 우리금융지주는 15%에 그친다. 

손 회장은 아주캐피탈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연내 자회사 편입이 마무리되면 올해 첫 비은행부문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다만 손 회장이 지난해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해 우리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을 설립해 자회사로 편입한 것에 비춰보면 올해 성과는 다소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손 회장이 벤처캐피털 인수에 나서는 것은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9월 네오플럭스를 인수하면서 우리금융지주만 유일하게 벤처캐피털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KB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지주는 하나벤처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벤처캐피털은 기술력과 장래성이 있지만 아직 경영기반이 약하고 일반 금융기관으로는 위험부담이 커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금융사다.

금융지주들로서는 벤처캐피털을 자회사로 두면 성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해 계열사를 통해 자금을 공급할 수도 있고 운용사와 연계해 투자상품을 개발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현재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금융지주사에 인수합병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벤처캐피탈 인수는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데도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캐피털은 금융사 가운데 비교적 덩치가 작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네오플럭스를 약 730억 원에 인수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수를 진행하기에 충분한 규모다.

이에 더해 정부는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디지털과 신재생에너지 등에 금융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벤처캐피털을 통해 관련 기업들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당장 벤처캐피털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증권사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벤처캐피털 인수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