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CTO 윤수영으로 교체, 정호영 올레드 대전환의 상징

▲ 10월 온라인으로 열린 LG디스플레이 2020 테크포럼에서 가운데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의 오른쪽에 강인병 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 왼쪽에 윤수영 디스플레이연구소장 전무가 자리잡고 있다. < LG디스플레이 블로그 >

LG디스플레이 최고기술책임자가 교체된다.

LG디스플레이가 LCD 중심의 사업구조를 올레드로 전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구본준-한상범으로 이어져 온 LG디스플레이의 경영체제가 막을 내리고 구광모-정호영의 새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1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2021년 정기 임원인사에 따라 1월1일자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강인병 부사장에서 윤수영 전무로 교체된다.

강 부사장은 오랜 기간 LG디스플레이 기술 경쟁력을 책임져 왔는데 상근자문으로 물러나 기술 관련 조언 등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의 최고기술책임자 교체는 강 부사장이 전무 시절이던 2014년 최고기술책임자에 오른 지 6년 만이다.

강 부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전임자들이 대개 2~3년간 최고기술책임자 역할을 수행한 것과 비교해 월등히 긴 재임기간을 보냈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석학회원,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민국 기술대상, 석탑산업훈장 등 상훈경력도 풍부해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도 인정받는 기술경영자다.

이런 강 부사장의 퇴진은 LG디스플레이가 중심을 기존 LCD에서 완전히 올레드로(OLED) 옮겼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강 부사장의 기술적 뿌리는 LCD에 있다. 회사의 전신인 LG필립스LCD(LPL) 시절 LCD패널 설계팀장, 패널개발담당 등을 맡아 IPS LCD기술을 개발하는 등 LCD분야 글로벌 1위 회사로 도약하는데 기여한 영광의 주역이다.

후임인 윤 전무는 오랜 기간 올레드 분야에서 미래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2012년부터 올레드 연구담당을 맡아 성능향상과 원가혁신을 추진해 왔으며 투명 올레드, 롤러블 올레드 등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 정보디스플레이학회 특별 공로상도 받았다.

윤 전무는 2015년 디스플레이분야 워크숍에서 디스플레이의 첫 번째 혁신을 컬러 색상, 두 번째 혁신을 두께 감소로 꼽으며 세 번째 혁신을 올레드가 이룰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윤 전무는 2016년부터 강 부사장의 후임으로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을 맡다가 정호영 사장이 부임한 2019년 연구소를 기반기술연구소와 디스플레이연구소로 개편하면서 디스플레이연구소장을 맡았다.

디스플레이연구소는 미래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기반기술연구소와 달리 사업화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정호영 사장은 올레드 기술을 연구해 온 윤 전무에게 사업화 역할을 부여했다가 1년 만에 최고기술책임자로 발탁했다.

정 사장은 한상범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할 때부터 올레드로 사업구조를 대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전무의 최고기술책임자 선임에도 올레드사업을 향한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강 부사장이 LG디스플레이를 넘어 LG그룹을 대표하는 기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여겨지다 보니 강 부사장의 교체를 그룹 차원의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LG디스플레이 설립을 주도했던 구본준 LG 고문체제가 완전히 막을 내리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4세 경영체제가 계열사까지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구 고문은 최근 LG그룹에서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계열분리하기로 결정했다.

구 고문이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시절인 2006년 한상범 전 부회장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패널센터장을, 강 부사장은 상무로 신규선임되며 패널개발담당을 맡았다.

반면 윤 전무는 구광모시대를 상징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여겨진다.

2018년 구 회장은 취임한 뒤 첫 공개행보로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미래기술을 살펴봤는데 윤 전무가 직접 구 회장에게 투명 플렉시블 올레드 기술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