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해외시장에서 공동으로 투자하고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동맹을 주도했는데 모두 올해 연말인사에서 연임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공동 해외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해외동맹 성과는 아직, 진옥동 지성규 연임에 달려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1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하나금융과 해외사업 협력 기회를 찾는 논의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해외시장에서 협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점차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입어 각국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경제활동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로 현장실사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며 "하나금융과 공동 인수합병 등을 추진할 마땅한 매물이 없고 국내 금융회사들 사이 경쟁이 치열한 점도 이유"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주로 동남아와 일본, 중국 등 두 금융그룹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국가를 중심으로 공동투자의 기회를 찾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해외시장에서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금융회사를 함께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벌이는 등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행장과 지성규 행장이 5월에 두 금융그룹의 해외사업 교류와 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협약은 해외사업 공동 영업기회 발굴 및 추진, 신규 해외시장 공동진출, 해외 공동투자와 인수합병 공동 참여 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모두 경영위기에 대응해 비용 감축과 금융지원 강화, 자산 건전성 관리 등을 추진하면서 해외사업에 신경을 쏟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두 금융그룹이 포괄적 협력을 발표를 한 뒤 약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뚜렷한 협력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6월에 아프리카 수출입은행 신디케이션론에 공동으로 참여한 사례가 사실상 유일했다.

그러나 최근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정보 제공 등 협업을 통해 영국 폐기물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협업 범위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모두 해외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실적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일이 절실한 처지에 있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국내에서 금리 하락과 대출규제 등 영향으로 이자이익을 방어하는 데 고전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는 일이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해외사업에서 그룹 차원 협력을 결정한 것도 진 행장과 지 행장이 이런 상황에 대응해 은행계열사 사이 협력 방안을 논의하던 과정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앞으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글로벌 협업에 진 행장과 지 행장의 역할이 핵심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진 행장은 일본과 동남아시장에서 오랜 경험과 글로벌 감각을 갖췄고 지 행장은 중국시장에 이해가 깊은 해외사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내년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진출국가를 중심으로 두 금융그룹의 해외사업 협력에도 다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진 행장과 지 행장이 모두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두 금융그룹 사이 협력은 평소 친분이 깊던 두 행장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던 만큼 한 명이 교체되거나 두 행장이 모두 물러난다면 협업 추진의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진 행장과 지 행장 모두 은행장 임기를 2년밖에 보내지 않았다는 점과 올해 경영성과를 고려하면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은행 모두 금리 하락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 등 영향을 극복하고 실적을 효과적으로 방어했기 때문이다.

조용병 회장과 김정태 회장도 과거 신한은행 영등포지점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으로 깊은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두 금융그룹 사이 협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만 김 회장이 내년 3월에 세 번째 임기를 마친 뒤 연임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두 금융그룹 사이 협력관계 유지는 결국 진 행장과 지 행장에 달려있다는 시선도 있다.

금융회사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해외에 동원할 수 있는 자본력 측면에서 최고 수준"이라며 "힘을 합치면 좋은 시너지가 나타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