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동산문제는 임기 마지막까지 씨름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22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산문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부정적 여론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부동산과 씨름 끝이 안 보여, 지지율 깎아먹는 아킬레스건

문재인 대통령.


한국갤럽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부정평가를 내린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7%가 ‘부동산정책’을 부정평가의 이유라고 응답했다. 두 번째로 응답이 많은 ‘인사문제’가 14%인 것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많다. 

부동산 관련 개별 정책을 놓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도 대체로 정부, 여당이 내놓은 대책에 부정적 의견이 우세하다.

리얼미터가 2일 내놓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동의 정도’ 결과에 따르면 ‘동의하지 않음’이 51.2%, ‘동의함’이 40.7%로 조사됐다. 10월19일에 발표된 ‘임대차 보호법 관련 여론’ 결과는 ‘재개정 필요’가 48.1%, ‘현행 유지’가 38.3%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도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관훈토론회에서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내는 것마다 실패한다는 것이 시장 평가인데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변화의 속도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부동산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전세시장의 불안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16일 내놓은 아파트거래 동향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1월 둘째 주에 0.27%로 2013년 10월 둘째 주 이후 최고치로 조사됐다.

같은 조사에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33.3으로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클수록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당 내에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이자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은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본부 현장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아파트라는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진 의원의 발언을 놓고 “암울한 것은 오랜 세월 축적돼 온 국민의 인식을 아무런 근거 없이 '환상이나 편견'으로 치부하는 고압적 태도”라며 “민주화세대라는 이들이 누구보다도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에 젖어 기본을 외면하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비판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지금까지 24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부정적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막대한 물량의 아파트를 한순간에 공급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까지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부동산대책이 단기 공급물량 확보에 무게를 뒀다는 점은 촉박한 시간을 의식한 결과로 읽힌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현재의 전세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단기간 공급 확대”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책에 ‘호텔을 개조한 주거공급’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불거지는 등 단기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되는 주택의 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처치가 곤란한 상가나 호텔에서 어쩔 수 없이 살라고 하는 것을 국민들은 주거안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