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시장후보로 여성 정치인들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젠더 이슈’가 내년 재보궐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울시장선거에서 여성 후보들에게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다음 서울시장은 여성? 국민의힘 나경원 이혜훈 조은희 박춘희 나설 뜻

나경원 전 의원(왼쪽), 이혜훈 전 의원.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 여성후보들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인지도 높은 중진 정치인부터 전현직 기초자치단체장들까지 다양한 후보군들이 경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중진 정치인 가운데 나경원, 이혜훈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조만간 책을 출간하는데 이를 계기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의 책에는 20대 국회 후반기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싸고 충돌했을 때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4선에 원내대표를 지낸 덕분에 정치적 체급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에도 서울시장에 도전한 경험이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밀렸다.

2011년 오 전 시장이 사퇴하며 공석이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이때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했다.

이미 서울시장에 도전해 본 경험이 있는 만큼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계기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이 있다. 

3선의 이혜훈 전 의원도 서울시장 도전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이 전 의원도 서울시장 경선에 나온 적이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서울시장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정몽준 전 의원에게 밀려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정치권에서 대표적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놓고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큰 상황에서 경제 전문성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 전 의원은 11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에 마음을 굳혔느냐는 질문을 받자 “마지막으로 고심중”이라며 "다음주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핵심은 집값과 세금”이라며 “집값 상승 문제를 바로잡을 ‘경제’ 서울시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행정경험을 지닌 전현직 여성 기초단체장들도 서울시장후보로 거명된다. 이들은 서울시장이 정치인이기 이전에 행정가여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12일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새로운 서울시장은 오직 1000만 시민의 편안한 삶과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전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 자리를 대선의 디딤돌로 활용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예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음 서울시장은 여성? 국민의힘 나경원 이혜훈 조은희 박춘희 나설 뜻

▲ 조은희 서초구청장(왼쪽),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이번이 두 번째 임기인 조 구청장은 현재 서울 자치구 가운데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대패하며 보수의 아성이라 불리는 강남3구의 송파구, 강남구마저 민주당에 넘어갔을 때도 자리를 지켰다.

당시 서초구 선거구의 시의회선거에는 전부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는데 조 구청장 홀로 선전한 것을 두고 개인역량과 직무수행과 관련해 구민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조 구청장은 최근 시가표준액 기준 9억 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조례안을 공포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가 서초구의 조치를 두고 대법원 제소를 검토하는 등 진통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과 조세정책에 비판이 많은 만큼 이와같은 조 구청장의 부동산정책기조가 서울시민들의 표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도 11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드시 서울시장선거에 승리해 정권교체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국민의힘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화했다.

박 전 구청장은 분식집을 운영하다 47세 나이로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득특한 이력이 있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두 번 송파구청장에 당선됐지만 2018년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구청장 자리를 내줬다.

초선인 윤희숙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나온다.

비록 본인이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나는 임차인입니다’ 발언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의원을 서울시장후보로 거론한 적이 있어 여전히 하마평에 오른다.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후보들이 준비하고 있어 본선에서 여성후보 사이 경쟁이 이뤄질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영주 의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등 여성들이 서울시장후보로 거명된다.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탄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셈이다.

다만 국민의힘 안에서 경쟁력 높은 '외부 인물'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최종적으로 여성후보가 본선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보수야권의 서울시장후보군에 오르내리는데 당 밖 인물들에게 문을 여는 과정에서 기존에 부여했던 '여성 가산점'을 폐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젠더 이슈로 촉발된 선거에 여성 가산점을 폐지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당 밖 인물의 서울시장 참여도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여성 가산점 문제를 앞으로 구성될 공천관리위원회로 넘기기로 했다.

김상훈 경선준비위원장은 경선준비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여성 가산점을 예선, 본선에서 다 주는 방향으로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공관위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