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은행들이 점포 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지만 NH농협은행은 농촌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손병환 NH농협은행 행장은 농촌 및 고령층 등을 상대로 디지털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면서 복합점포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점포 줄이기 쉽지 않아, 손병환 고령층 위한 디지털 먼저

손병환 NH농협은행 은행장.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NH농협은행은 점포 수 조절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2017년 상반기 4046개에서 2018년 상반기 3845개, 2019년 상반기 3804개, 올해 상반기 3685개로 줄었다. 3년 사이 9.7%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 점포 수는 1163개에서 1134개로 줄어 2.5% 감소했다. 

NH농협은행의 점포 수 감소비율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것은 NH농협은행의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촌지역의 금융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은행인 만큼 이용이 저조한 지방 영업점이더라도 줄이기가 쉽지 않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노인인구 비율인 높은 농어촌 지역의 은행 점포 감소는 큰 문제”라며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역은행 점포도 없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에는 주로 농협은행이나 지역농협이 자리잡고 있어 점포 수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은 농협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농어촌 점포 비중이 크고 고객 가운데 고령자가 많다.

이에 손병환 은행장은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디지털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0일경 은행앱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용자환경(UI)를 별도로 마련한다.

이미 은행앱에서 주요 금융거래를 큰 글씨체로 볼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는데 한 화면에 거래 프로세스를 한 개씩만 배치해 고령층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임직원 재능기부 프로그램인 ‘행복채움금융교실’을 통해 디지털 금융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 독거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이 비대면 거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노력들이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령층은 대면거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줘도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갈수록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한 영업력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디지털 금융소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이 운영하는 복합점포 수는 2015년 83개에서 올해 9월 기준 204개로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도 복합점포를 5곳에서 12곳으로 늘렸다.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을 합친 점포다. 통합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며 계열사 거래고객을 그룹차원에서 관리해 묶어둘 수 있고 고액자산가 대면채널 경쟁력 강화, 효율성 및 고객만족도 제고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손 은행장은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면서도 NH농협은행의 고객 특수성을 고려해 디지털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동시에 늘려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는 셈이다. 

NH농협은행이 점포 수를 줄이는 데는 적극 나설 수 없는데도 복합점포는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비율로 늘린 데서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인 것은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앞으로 은행 점포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이용 비중은 59.3%로 전체 금융 거래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8년보다 6.1%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오프라인 거래비중은 줄고 있다. 지난해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처리한 비중은 7.4%로 2018년보다 1.4%포인트 감소했다. 현금인출기와 자동화기기(ATM)를 사용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0.2%에서 26.4%로 하락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거래 비중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