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근, 대신증권 라임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신뢰회복 쉽지 않아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수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오 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태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 사장은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주요 판매사다. 반포자산관리(WM)센터에서만 2천억 원이 넘는 라임 펀드를 판매했고 장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불완전판매 의혹 등으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오 사장은 8월 대표이사로는 이례적으로 직접 라임펀드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을 만나 공식 면담을 진행했다. 7월에는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를 선임하고 상품내부통제부를 신설하면서 내부통제도 강화했다. 6월에는 라임펀드 투자금액의 30%를 선지급하는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선지급안이 다른 라임 펀드 판매사들과 비교해 비율이 낮은 데다 안을 내놓은 시점도 다른 판매사보다 한 달가량 늦으면서 라임펀드 투자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대신증권 오너 3세인 양홍석 사장이 직접 라임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라임 사태와 관련해 법적 분쟁 및 금융감독원의 제재 절차도 진행되면서 사태 수습이 장기화되고 있다.

라임 사태로 대신증권의 신뢰도도 큰 타격을 받았다.

대신증권은 7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전액 미매각이 발생했다. 불과 1년 전 2천억 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1700억 원의 자금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 결과였다.

오 사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대신증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본을 확충하겠다는 뜻을 내보였는데 라임 사태로 이러한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오익근, 종합부동산 금융그룹 도약 위해 대신증권 리츠사업으로 돌파구 찾아

오익근 사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뒤 리츠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에 투자한 뒤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회사를 뜻한다.

대신금융그룹이 종합부동산 금융그룹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리츠사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사업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1962년 설립된 뒤 국내 대표적 증권사로 성장하면서 2000년 대 초반까지 승승장구했다.

위탁매매와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 침체와 함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고 지금은 중위권 증권사에 머물고 있다.

대신증권은 2011년부터 인수합병을 통해 비증권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금융그룹을 꾸리는 데 집중했다. 이후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확대하고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종합부동산 금융그룹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말에는 서울 명동 신사옥인 대신파이낸스센터에 대신증권 등 계열사 6곳을 모두 모으고 협업을 강화해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뜻을 내보였다. 1985년 명동에서 여의도로 본사를 옮긴 뒤 32년 만에 다시 명동으로 돌아온 것이다.

오 사장은 공모리츠시장을 선점하고 리츠부문에서 독보적 전문성을 갖춘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신증권은 자회사 대신자산신탁을 통해 올해 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업(AMC) 인가를 받았다. 이후 7월 대신자산신탁과 함께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첫 번째 비상장 공모리츠를 내놓으면서 리츠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2021년에는 상장 공모리츠 출시 계획을 세우는 등 리츠사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국내 공모리츠시장은 미국,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아직 초기단계로 성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장 공모리츠시장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1% 정도로 싱가포르(23%), 미국(6.8%), 일본(3.2%) 등과 비교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공모리츠시장 규모는 2022년 17조 원, 2025년 46조 원, 2030년 150조 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정부도 세율 인하 및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 등을 담은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방안'을 내놓으면서 공모리츠 육성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오익근, 양홍석 사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 뒷받침 과제 안아

오익근 사장은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이어받는 데도 힘을 보태야 한다.

양 사장은 대신증권 창업주인 양재봉 대신증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양회문 전 대신증권 회장의 첫째 아들로 오너3세 경영인이다.

2006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해 2년 뒤 28세의 나이로 부사장에 올랐고 2010년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대내외적 총괄 대표이사는 노정남 전 대신증권 사장이 맡았다.

2012년에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이 대표이사로 새로 선임되면서 양 사장은 사내이사직 유지한 채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양 사장은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서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4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의 업무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
 
양 사장은 대신증권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면서 지배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언제든지 경영일선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 사장 취임 직전인 2019년 대신증권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996억 원, 순이익 939억 원을 거두면서 역성장했다. 2018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37%, 순이익은 33% 감소한 수치다. 

오 사장은 대신증권의 실적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한다. 대신증권 실적을 끌어올리고 사업을 안정화시키면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오 사장은 라임펀드 투자자들이 사태 수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오너일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만큼 라임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 대신증권 주가 코로나19 이전 회복, 배당매력 부각 가능성

대신증권 주가는 2019년에 주로 1만1천~1만2천 원대를 오가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초 주가는 1만1950원이었지만 3월23일 코로나19로 665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V자 반등세를 나타내면서 최근 대신증권 주가는 1만2천 원대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신증권 주가 상승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에 따른 거래대금 급증으로 수수료수익이 증가하면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대신증권은 투자자 급증의 수혜가 다른 증권사들보다 크지 않았고 라임 사태에 따른 충당금 등 영향으로 2020년 2분기에 순손실 283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주주친화정책에 따른 배당매력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신증권은 1998년 사업년도 이후 22년 연속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3월에 2019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천 원, 우선주 1주당 1050원을 현금배당했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가 8.1%, 우선주는 11.1%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오 사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을 유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익근, 대신금융그룹에서만 30년 이상 한 우물 근무

오익근 사장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에 선출되면서 직무대행으로 일하다가 올해 3월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오 사장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한 뒤 대신금융그룹에서만 30년 이상 근무해왔다. 이직이 잦은 증권업계에서 사원부터 사장까지 오르는 사례는 흔치 않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과 오래 손발을 맞추며 신뢰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오 사장은 재무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지점영업부터 마케팅, 인사, 재무관리, 리스크관리, 투자금융 등을 두루 거치면서 증권업 전반에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대신저축은행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이후 업계 10위권의 우량 저축은행으로 성장시키면서 준비된 최고경영자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오 사장은 업무적으로 카리스마가 있고 추진력이 돋보인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사석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형’으로 부르는 등 내부 신망도 두텁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