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면서 앞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배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인데 어느 쪽으로 가나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역할 부각, 김태한 책임 막중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최대한 올라야지만 지배구조 개편도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분석돼 김태한 사장은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책임이 무겁게 됐다.

26일 삼성그룹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얼마큼 확보하느냐가 결국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대부분을 팔아야 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잇던 연결고리가 끊기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해 삼성생명 또는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지배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삼성그룹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아온 데다 타계한 이건희 회장을 뺀 총수일가가 지분 30.56%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삼성물산을 통한다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게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김태한 사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책임도 더 막중해졌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때부터 벌써 9년째 회사를 이끌며 의약품 위탁생산사업(CMO)을 본궤도에 올려놓았는데 성장에 좀 더 역량을 발휘해야하는 기대를 받게 됐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 가운데 일부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으로부터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맞교환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활용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데 이런 시나리오가 원활하게 흘러가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부양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당장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보유지분(보통주 8.51%)의 가치는 25일 종가 기준 30조 원을 훌쩍 넘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5일 종가 기준 42조 원 수준으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는 17조 원정도다.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에서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떠안으려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자산을 추가로 매각해야 하는 셈이다.

또 삼성생명과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법에서도 삼성바이로직스 주가가 올라야지만 삼성물산에게 이롭다. 그래야지만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배력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삼성생명과 지분을 맞교환할 수 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최대한 올라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활용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수월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올해 6월 종가 기준 8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만큼 적어도 김태한 사장에게 이 정도 수준까지 주가 부양을 기대할 수도 있어 보인다.

김태한 사장은 최근 들어 위탁개발사업(CDO)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규모를 키우는데 속도를 내는 만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주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의약품 위탁개발센터를 연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제약회사를 상대로 영업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여기서도 이재용 부회장을 적극 옹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