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올해 혈액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 매출 증가에 힘입어 유한양행을 제치고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매출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된다. 

셀트리온과 유한양행은 각각 대형 바이오기업과 전통 제약회사를 대표한다. 
 
셀트리온이 매출에서 올해 유한양행 제친다, 제약바이오 권력교체 상징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전통 제약회사에 밀려 조연 노릇만 해오던 바이오기업들이 곧 주도권을 쥘 날이 머지않았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와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셀트리온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제약바이오기업 매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셀트리온은 별도기준 매출 7499억6773만 원을 내면서 2위 유한양행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별도기준으로 상반기에 매출 7119억676만 원을 거뒀다. 

트룩시마가 하반기에도 셀트리온의 실적 증가를 이끌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트룩시마는 글로벌 제약회사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성분이름 리툭시맙)’의 바이오시밀러로 피하주사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와 함께 셀트리온의 효자 제품으로 여겨진다.

셀트리온은 2019년 11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미국에 트룩시마를 출시했는데 트룩시마는 출시 9개월 만에 미국 리툭시맙시장에서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헬스케어 정보서비스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올해 7월 트룩시마는 시장 점유율 19.4%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는 셀트리온이 2020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1조6619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유한양행은 별도기준 매출 1조5519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유한양행은 2013년 46년 만에 1위를 차지한 뒤 2015년을 빼고 2019년까지 줄곧 제약바이오기업 1위를 수성해왔다. 2015년에는 제약회사인 한미약품에 자리를 내줬는데 이번에는 셀트리온에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을 포함해 종근당, 한미약품, GC녹십자 등 전통 제약회사들은 바이오기업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벌써 몇 년 전부터 신약 개발 역량을 강화하거나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등 변화의 흐름을 뒤쫓는 데 속도를 높여 왔다. 

하지만 이들이 여전히 덩치만 믿고 연구개발에 소극적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한양행만 해도 이정희 대표이사가 2015년 3월 취임한 뒤부터 신약 개발 강화를 목표로 내걸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바이오기업과 비교해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한양행의 202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별도기준 8.2%로 여전히 10%에도 못 미친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7.7%다.

가족경영체제도 전통 제약회사들의 한계로 꼽힌다. 오너 리더십이 과감한 투자 등 결단을 내리는 데 효율적이긴 해도 보수적 분위기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데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사회환원정책에 따라 오너 없이 전문경영인들이 돌아가면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전통 제약회사는 여전히 가족경영체제로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다.

국내 100대 제약사 가운데 가족경영을 이어가는 곳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파악되며 전문경영인이 있다 해도 대부분 오너와 전문경영인 투톱체제로 운영되거나 실질적 권한은 대부분 오너가 쥐고 있다.

당장 10대 제약회사 안에 드는 GC녹십자, 한미약품, 광동제약, 동아제약 등도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