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내벤처에서 출발한 최선묵 에이아이플러스 대표가 SK매직에서 식물재배기시장 개척에 나선다.

삼성전자 출신 최선묵 대표는 분사 후 에이아이플러스를 설립했는데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SK매직에 회사를 매각했다.
 
SK매직에 인수된 에이아이플러스, 최선묵 삼성 사내벤처에서 길닦아

▲ 최선묵 에이아이플러스 대표.


SK매직은 스타트업의 신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최 대표는 대기업의 안정적 기반을 찾았다.

18일 에이아이플러스와 SK매직에 따르면 SK매직은 최근 최선묵 대표가 보유한 지분 100%를 22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11월16일자로 에이아이플러스를 흡수합병하고 자산과 권리 등을 전부 승계한다.

에이아이플러스는 가정용 식물재배기 ‘플랜트박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씨앗 캡슐을 플랜트박스에 넣으면 캡슐에 담긴 재배 정보가 플랜트박스와 연동돼 자동으로 작물에 맞는 물, 빛, 온도, 영양분 등을 맞춰준다. 

가정용 식물재배기시장은 2020년 600억 원 규모에서 2023년 5천억 원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교원웰스가 식물재배기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전전시회 CES2020에서 제품을 공개하는 등 대기업도 주목하고 있다.

에이아이플러스의 제품은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해 높은 완성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직 제품 출시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으나 시장에 나왔을 때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2019년 10월 열린 한국전자전(KES)에서도 에이아이플러스 플랜트박스는 디자인부문 혁신상을 받으면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SK매직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상용화 이전 일찌감치 인수에 나선 이유다.

에이아이플러스는 2019년 9월 기준으로 국내 특허 3건 출원, 8건 등록을 비롯해 해외 출원(PCT) 1건, 국내 디자인·상표·로고 6건 등록 등 지식재산을 확보했다.

에이아이플러스는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에서 출발했다. C랩은 어느덧 ‘스타트업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C랩 출신 기업이 인수합병까지 성공한 것은 에이아이플러스가 처음이다.

최선묵 대표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출신이다. 자녀와 함께 주말농장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내 식물재배기 개발에 나서게 됐다. 경험 부족으로 주말농장에 실패하고 스마트팜에 대해 알아보다가 몸담고 있는 가전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속이던 권오용 전 공동대표와 손잡고 2016년 12월 ‘에코팜’이라는 이름으로 C랩에 참여했다. 2017년에는 임직원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C랩 페어에서 베스트투자상 1위를 수상했다.

사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자신감을 얻어 2018년 6월 에이아이플러스를 정식으로 설립했다. C랩 출신으로서 32번째 분사였다. 이후 삼성벤처투자, 인라이트벤처스 등에서 투자를 받아 제품 상용화를 추진해 오다 사업화 직전에 매각으로 투자회수(엑시트)에 성공했다.

최 대표가 SK매직에 회사를 매각한 것은 스타트업 운영의 어려움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에 최 대표가 경영자로서 애로를 토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2019년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에 다닐 때는 연구자로서 신경 쓸 부분이 적었다”며 “독립하고 나니 종합적으로 소비자를 만족하는 제품을 기획하는 점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분 매각 이후에도 직원들과 함께 SK매직에 합류해 식물재배기 시장 도전을 이어간다. 다시 큰 조직의 품으로 돌아가는 만큼 사업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덜고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