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시대에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바뀔까?

정의선 회장은 전통적 자동차 회사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서비스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외부협업과 인재영입에 더욱 힘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Who] 정의선 현대차 이제 자동차회사 아니다, 인재영입 힘실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회장은 14일 발표한 취임사의 방점을 ‘미래’에 찍었다. 614개 단어로 구성된 취임사에 미래는 모두 10번 나온다.

정 회장이 우선 과제로 제시한 ‘고객(9번)’과 현대차그룹의 대전제인 ‘인류(7번)’ ‘행복(5번)’ ‘발전(3번)’보다 많다.

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고객을 중심으로 두고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것을 현대차그룹의 미래로 제시했다.

동시에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자동차산업 외에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등을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진행할 주요사업으로 꼽았다.

정주영 창업주가 자동차시장에 진출했고 정몽구 명예회장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면 정 회장은 전통적 자동차회사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서비스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과 진행한 타운홀미팅에서도 미래 현대차그룹의 사업비중으로 자동차 50%, 도심항공 모빌리티 30%, 로보틱스 20%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오픈 이노베이션(혁신을 위한 열린 협업)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는데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오른 만큼 미래사업을 향한 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도심항공 모빌리티는 쉽게 말해 하늘을 나는 자동차, 로보틱스는 사람의 이동 등을 돕는 로봇사업인데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기술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모든 기술이 합쳐져야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된다.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는 현대차그룹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 다소 거리가 있어 현대차그룹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 협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외부인사 영입도 더욱 과감하고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사업역량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폴크스바겐에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영입해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2010년대 들어서는 BMW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사장, 벤틀리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전 부사장 등을 스카웃해 현대차 성능과 디자인을 한 단계 높였다.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미래차분야에 힘을 준 뒤로는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을 영입해 글로벌 선진업체와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일신상 사유로 회사를 떠난 루크 동커볼케 전 부사장을 제외하고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을 여전히 중용하는 등 한 번 신뢰를 주면 오래 믿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이 외부인사를 활발히 영입하고 신뢰를 지속해서 보내는 상황은 경쟁 유발을 통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기존 임원들의 성과를 더욱 높이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정 회장이 인사권을 확실히 틀어쥔 만큼 세대교체에 더욱 힘을 줄 가능성도 나온다.

정 회장은 2018년 정의선체제를 시작한 뒤 글로벌시장 환경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말 임원인사를 없애고 수시 임원인사 체계를 도입했는데 이후 파격적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자동차산업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변화와 혁신이 더욱 크게 요구되고 있다”며 “이런 변화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그 결실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 취임은 미래 성장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고객 중심 가치를 실현하며 조직의 변화와 혁신을 더욱 가속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인류의 삶과 행복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