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을 놓고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관련 직군이 아닌 일반행원을 뽑는 과정에서도 지나치게 까다롭게 디지털 역량을 요구하고 있는 탓이다.
 
KB국민은행 채용공고 어떻길래, 지나친 디지털 욕심에 뿔난 취준생들

▲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신입행원(L1) 공채를 시작하고 원서를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금융권에서 생존의 문제로 떠오른 만큼 디지털 역량을 점검하고 싶은 은행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기에 지나친 ‘갑질’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2일부터 신입행원(L1) 공채를 시작하고 원서를 받고 있다. 이번에 뽑는 직군은 일반행원(유니버설뱅커)으로 개인금융과 기업금융을 담당한다. 

그러나 접수를 받기 시작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KB국민은행의 채용공고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디지털 사전과제와 디지털 사전연수다.

입사 지원 때 자기소개서와 별도로 디지털 사전과제를 제출해야 하고 서류합격 여부를 알기도 전에 디지털 사전연수를 들어야 한다. 특히 일반적 은행업무를 보는 행원을 뽑는 전형임에도 디지털과 관련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이 더욱 높다.

사전과제는 KB국민은행의 대표 앱인 KB스타뱅킹, 리브, 마이머니 세 가지 가운데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골라 그 이유와 개선방향 등을 제시하라는 내용이다. 사전과제를 바탕으로 1차면접에서 발표가 진행된다.

KB국민은행은 사전과제의 글씨체와 글씨 크기, 줄 간격까지 세세하게 지정했다. 표지와 목차를 뺀 분량은 3~5페이지로 제시하며 3페이지 미만은 분량 미달로 처리한다고도 했다.

KB국민은행의 자기소개서에서도 디지털과 관련한 항목이 빠지지 않는다. 디지털 전환이나 클라우드, 오픈뱅킹 등 디지털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거나 학습했던 경험을 3천 byte 분량으로 써내야 한다. 1700자 안팎이다.

한 취업준비생은 “은행의 일반행원 직군에는 문과생이 대부분 지원하는데 디지털과 관련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 지원자가 얼마나 있겠느냐”며 “디지털 역량을 보고 싶은 은행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채용 과정 전체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서도 지나치다”고 말했다.

힘들게 서류접수를 마친다 해도 관문이 남아있다.

서류합격자가 발표되기 전까지 의무적으로 온라인으로 디지털 사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비즈니스영역과 기술영역 등 모두 더해 24시간짜리다. 동시에 AI(인공지능) 역량검사도 봐야한다. 인공지능 역량검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전과제를 제출하고 사전교육을 받고 인공지능 역량검사도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서류합격자가 발표된다. 합격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은행이 요구하는 과정을 모두 마쳐야 하는 셈이다.

사전과제 주제를 놓고도 말이 나온다. 그동안 KB국민은행이 앱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점에서 사전과제를 통해 취업준비생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은 “KB국민은행은 앱 많은 걸로 젊은층 사이에서 유명한데 잘못됐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 아니냐”며 “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왜 합격도 안 한 지원자에게 시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