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 사장이 영풍그룹의 전자계열사 실적을 개선하며 후계자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장 사장이 이끄는 전자계열사 실적이 지속해서 좋아지면 영풍그룹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려아연과 계열분리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코리아써키드 실적반등, 영풍 후계자 장세준 고려아연과 분리 주목

▲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이사 사장.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리아써키트는 주기판(HDI)과 반도체 패키징모듈 등 주요사업의 실적 개선, 자회사 인터플렉스의 연결기준 실적 인식효과에 힘입어 내년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아써키트는 2019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5430억 원을 냈는데 2년 만에 외형이 2배 이상 커지는 것이다.

수익성은 더욱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아써키트는 2021년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20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2019년보다 336%, 2020년 전망치보다 61% 늘어나는 것이다.

코리아써키트는 인쇄회로기판(PCB)사업을 하는 IT부품업체인데 기판업계에서 오랜 기간 진행된 구조조정 끝에 삼성전기 등이 기판사업을 접으면서 수혜가 기대된다.

코리아써키트는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프리미엄과 보급형 스마트폰 모델 모두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사업을 하는 계열사 인터플렉스를 2분기부터 연결기준 실적으로 인식하는 점도 영업이익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애초 전자계열사이자 자회사인 테라닉스만 연결기준 실적으로 인식했으나 2분기 테라닉스가 인터플렉스 지분 11.1%를 인수하면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아 인터플렉스 실적도 연결하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테라닉스와 인터플렉스의 대주주로 지분을 각각 50.09%와 30.56% 들고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터플렉스는 고부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품 확대로 내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며 “코리아써키트는 2020년도 좋지만 2021년이 더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코리아써키트 관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베트남 생산시설 구축 등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IT업체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상반기 예상보다 코로나19를 잘 방어했고 하반기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써키트는 현재 장 사장이 직접 이끌고 있다. 장 사장은 그동안 영풍그룹의 또 다른 전자계열사인 영풍전자를 주로 챙겼는데 올해 3월 단독대표에 올라 지금은 코리아써키트 대표만 맡고 있다.

장 사장은 영풍그룹 총수인 장현진 영풍 고문의 아들로 영풍그룹의 후계자로 꼽힌다.

1974년 태어나 미국 서든캘리포니아대학교(USC) 대학원에서 생화학으로 석사학위, 페퍼다인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았다. 2009년 전자계열사 시그네틱스 전무로 경영수업을 시작해 2013년 영풍전자 대표를 맡는 등 전자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영풍그룹은 영풍과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한 제련사업을 주력으로 했는데 1995년 유원전자(현 영풍전자)를 인수하면서 전자사업에 뛰어들었고 2000년 시그네틱스, 2005년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테라닉스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영풍그룹은 2012년만해도 이들 5개 전자계열사에서 매출 2조 원, 영업이익 1672억 원을 낼 정도로 승승장구했으나 이후 공급 확대에 따른 경쟁심화로 2018년 매출 1조5천억 원, 영업손실 1093억 원을 보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 와중에도 장 사장이 대표를 맡은 영풍전자는 2017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9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며 선방했다.

장 사장이 영풍전자에 이어 코리아써키트 실적도 돌려놓으면 후계자로서 경영역량을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장 사장이 전자계열사에서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그룹 계열 분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영풍그룹은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가 함께 만든 회사로 2016년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현재 3세경영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놓여 있다.
 
코리아써키드 실적반등, 영풍 후계자 장세준 고려아연과 분리 주목

▲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시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하는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계열분리가 이뤄지면 영풍그룹에서 전자계열사 실적은 더욱 중요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2019년 개별기준으로 매출 5조2천억 원, 영업이익 7292억 원을 올렸다. 2019년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56%, 영업이익의 86% 규모에 이른다.

영풍그룹이 전자계열사 사업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려아연을 계열분리한다면 사세가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영풍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복잡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냈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지분을 조금씩 정리하며 지배구조를 바꾸고 있다.

최창걸 회장은 최씨 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코리아써키트 지분을 들고 있는데 8월10일 보유하고 있던 코리아써키트 보통주 3만2778주(0.14%) 가운데 2만 주를 장내 매도해 보통주 지분을 1만2778주(0.05%)로 낮췄다.

장 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코리아써키트는 ‘최고의 선진기술’ ‘품질혁신’ ‘납기대응력’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 최고 기술과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속적 설비투자로 회로기판 분야 최고의 선도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