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이 북미 화장품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차 부회장은 북미 화장품시장을 공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코로나19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미국 화장품 두드려, 코로나19 진정 뒤 바라봐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17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차 부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수합병(M&A)을 통해 LG생활건강의 북미사업 확대 의지를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6월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더마화장품 ‘피지오겔’의 북미, 아시아사업권을 19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했다. 

피지오겔은 독일 피부과학 전문기업 스티펠이 2000년에 출시한 더마화장품 브랜드다. 더마화장품이란 일반 화장품에 의약품 성분을 더한 기능성 화장품을 말한다.

피지오겔은 국내와 홍콩, 태국 등에서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데 아직 북미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차 부회장은 2019년 8월에 인수한 미국 화장품회사 뉴에이본을 통해 피지오겔의 북미사업을 전개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뉴에이본은 130년의 역사를 지닌 세계 최대 화장품 방문판매 회사로 꼽힌다. 따라서 뉴에이본의 유통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면 북미시장에서 피지오겔의 성공 가능성이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 부회장은 뉴에이본을 비롯해 세포라, 얼타와 같은 드럭스토어에서 피지오겔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표 직속으로 피지오겔 프로젝트팀을 꾸려 직접 진행사항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피지오겔이 그동안 미국과 중국, 일본에서 사업은 하지 않았다”며 “글로벌사업을 확대하려는 LG생활건강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는 세계 최대 화장품시장이다.

미국 화장품시장 규모는 약 50조 원으로 글로벌 화장품시장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화장품기업들의 진출은 더디다.

LG생활건강을 비롯한 국내 화장품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중국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2017년부터는 그동안 수혜를 입은 만큼 타격을 받으면서 의존도를 낮춰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부문 해외매출의 50% 정도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경쟁사들보다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중국에 절대적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19년 12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중화권 수출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으며 지나친 수출 의존도는 문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의 북미시장 안착에 코로나19 유행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00만 명을 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이런 상황에서 화장품을 출시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코로나19로 뉴에이본의 유통망 확대작업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효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내내 지속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LG생활건강도 화장품사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뉴에이본 인수, 피지오겔 사업권 인수 등으로 브랜드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