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9월 기업 동향과 전망-유통 식음료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유통업계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올해 상반기 실적 감소가 뚜렷한 상황에서 3분기에는 더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체들은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어 ‘속수무책’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공항 면세점에 진출하고, 신세계그룹은 서울 옛 강남 르네상스 부지 재개발사업의 투자지분을 매입했으며,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기업공개를 목표로 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서는 등 저마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이 인천공항 면세점을 열고 시내면세점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노린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9월1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서편에 패션·잡화매장을 열며 공항면세점에 첫 발을 내딛었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면세사업이 정지선 회장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은 여력만 되면 추가 사업권 확보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DF2 향수·화장품 △DF3 주류·담배·식품 △DF4 주류·담배·식품 △DF6 패션·기타(이상 대기업 대상 일반 면세사업권) △DF8 전 품목 △DF9 전 품목(이상 중소·중견기업 대상 면세사업권) 등 제4기 면세사업권에 대한 재입찰을 9월15일에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의 인천공항 면세점 매장은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의 계약이 8월31일 종료돼 공사기간인 약 3개월 동안은 일부만 여는 임시매장 형태로 운영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앞서 올해 2월27일 진행된 ‘인천공항 T1 제4기 면세사업권 입찰’에 응찰해 3월9일 DF7(패션·기타) 사업권을 최종 낙찰받았다. 이어 4월에는 인천공항공사와 최장 10년간 유지되는 면세사업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그룹은 천연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뷰티·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데 이어 추가적 인수·합병(M&A)과 투자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바이오랜드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건강기능식품사업의 경우 원료부문 자체 경쟁력을 활용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M&A를 검토하고 있으며 바이오메디컬 사업도 연구개발(R&D)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인재 확보 등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인 현대HCN을 통해 SKC가 보유한 SK바이오랜드의 지분 27.9%(경영권 포함)를 1205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인수로 핵심사업인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 패션(한섬), 리빙·인테리어(리바트·L&C)에 이어 뷰티 및 헬스케어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서울 강남 한복판 '노른자위' 땅에 내년 초 문을 여는 5성급 호텔을 운영하는 데 더해 상업시설 및 오피스 운영권이 포함된 개발사업에도 투자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서울 강남의 관광 및 비즈니스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가 보유한 옛 강남 르네상스 부지 재개발사업의 투자지분을 매입했다.

신세계그룹은 앞서 이곳에 새로 지어질 5성급 호텔 건물을 20년간 장기 임차해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불안정성이 커져 부동산 등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부지 투자를 추가로 진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르네상스 부지는 강남에서도 알짜배기로 손꼽히는 곳으로 부동산 가치가 높은데다가 이곳을 거점으로 다양한 유통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이 추가 투자한 르네상스 호텔 개발사업은 연면적 기준 23만9천㎡ 규모로 총 2개 빌딩을 건립해 호텔과 사무실, 상업시설 등으로 활용된다.

◆ 롯데그룹 

롯데지주는 10월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동우 사장을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으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임시주총 이후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과 송용덕 부회장, 이동우 사장 3인체제로 전환된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온라인몰 개편을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 사장은 그룹의 온라인쇼핑 통합채널 '롯데온'의 성과를 내는데 주도적 역할이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1960년 태어나 건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롯데백화점에서 상품 소싱과 영업 등 업무를 두루거쳤다. 2007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장,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았고 2012년 롯데월드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이후 이 사장은 2015년부터 롯데하이마트를 이끌어오며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낸 점을 인정받아 2017년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은 2014년까지만 해도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이 사장 취임 후 꾸준히 실적이 개선됐다. 2017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 원을 돌파했다.

롯데그룹의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해 장기CP 발행사 17곳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가 7곳에 이른다.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지주 등 핵심 계열사도 포함됐다. 

장기 기업어음은 조달 편의성과 낮은 비용, 크레디트(신용거래) 약점을 감추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자금조달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신용거래 측면에서 약점이 커져 민평금리를 방어하기 위해 장기 기업어음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민평금리란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평가한 회사채 금리 평균값을 뜻한다.

◆ CJ그룹 

CJ올리브영이 오는 2022년 기업공개를 목표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나선다.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유입된 자금으로 인수합병(M&A) 등 국내외 투자 기회에 적극 대응해 미래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상장 추진을 놓고 CJ그룹이 올리브영의 향후 성장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프리IPO 매각 추진 지분규모나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주주인 CJ의 지배력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은 55.01%이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뚜레쥬르 가맹점주 협의회’는 9월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매각금지에 관한 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다.

가맹점주 협의회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는 주종·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계약 파트너관계"라며 "CJ그룹은 본인들이 직접 직영형태로 운영하며 지속적 적자가 발생하는 CJ푸드빌의 외식사업부는 그대로 둔 채, 1300 가맹 사업자들이 전 재산을 투자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땀흘려 일궈 놓은 뚜레쥬르 브랜드의 자산가치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은 CJ그룹이 일방적 매각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면 전면 투쟁에 나서고 본사를 상대로 한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청구 등도 검토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J그룹은 그동안 뚜레쥬르 매각설이 제기될 때마다 매번 이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최근 CJ가 딜로이트안진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사모펀드(PEF) 등에 투자안내문을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며 매각설이 다시 불거졌다. 

◆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인 골든베이GC를 매각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재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골든베이GC 매각주관사로 선정된 삼정KPMG는 9월 중 예비입찰을 진행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골든베이GC는 모두 27홀 231만4천㎡ 규모다. 지난 2010년 9월 개장했으며 골프텔 56실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골든베이GC를 비롯해 용인·제주·설악 플라자CC 3곳, 춘천 제이드팔래스GC 등 5곳의 골프장을 운영중인데 이들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매각되는 골든베이GC만 5월에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이번 매각은 한화그룹이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2096억 원을 냈는데 작년 상반기보다 1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적자규모도 251억 원에서 712억 원으로 늘어났다.

◆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앞으로 소주병 모양이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각 사가 수거한 다른 회사 소주 공병을 자기 회사 공병과 1대 1 맞교환하는데 합의했다. 

소주업계는 2009년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을 맺고 모양과 색깔 크기가 같은 초록색 소주병을 사용해왔다. 각기 다른 병을 선별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이고 세척·보관을 편리하게 해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하이트진로가 투명색 병에 담긴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자율협약에 금이 갔다. 

이번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소주병 전쟁' 중단 합의로 다른 회사 공병의 1대1 맞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소주병 디자인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들도 소주병 회수율과 병 재사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