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번에는 공정성 논란을 피할 수 있을까?

윤종규 회장이 사실상 재연임을 눈앞에 두면서 KB금융지주가 자칫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KB금융, '어차피 회장은 윤종규' 시선에 공정성 논란 피하기 온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도 아닌 재연임인 데다 워낙 대항마가 없다는 인식도 퍼져있는 만큼 시비에 휘말릴 구실을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예년보다 2주가량 앞당겨 회장 선임절차를 시작한 배경에는 일찌감치 회장 선임을 공식화해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혼선과 잡음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의 재연임을 놓고 금융권 안팎에서 이견이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자칫 ‘어차피 회장은 윤종규’라는 여론이 오히려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장 선임절차 개시는 기존보다 2주 빨랐지만 연임이 확정되는 시기는 9월 중순으로 2017년과 거의 비슷하다.

전체 일정이 2주가량 늘어난 셈인데 이를 통해 오랜 기간 심사숙고해 회장을 선임하는 동시에 공정성을 기한다는 인식도 심어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7년과 비교하면 숏리스트 선정기간이 7일에서 16일로 늘어났고 최종후보 확정에 걸리는 시간도 6일에서 19일로 늘어났다.

KB금융지주 역시 선임절차가 이르게 시작된 배경을 놓고 “회추위원들이 후보자들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후보자들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7년 윤 회장의 대항마로 부족하긴 하지만 여러 명의 외부인사가 거명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외부인사가 없다. KB금융지주로선 ‘회장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외부의 시선이 윤종규호 3기 출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KB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에서도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꾸준히 잡음이 불거졌다. 최근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역시 한동안 시끄러웠다.

KB금융지주는 2017년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최종후보군에 들자마자 심층면접을 고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이 윤 회장과 상하관계인 만큼 경쟁에 뛰어드는 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 올해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이나 양종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이 최종후보군에 들더라도 지난번처럼 심층면접을 고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KB금융지주가 본격적 회장후보 추천위원회(회추위)가 열리기 전 이 사실을 미리 알리고 세세한 일정과 절차를 공유한 것도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회추위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다가 ‘깜깜이’라는 비판이 불거지자 나중에 공개로 바꿨다. 또 임기가 3월까지로 한참 남았음에도 회장 선임과 관련한 전체 일정을 앞당기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KB금융지주는 혹시 있을 수 있는 ‘셀프 연임’ 논란을 막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도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2월 금융지주 회장이 회장을 결정하는 회추위는 물론 사외이사를 정하는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회추위원인 사외이사 7명 전원 가운데 스튜어트 솔로몬 사외이사만 제외하면 모두 윤 회장이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제외된 뒤 선임된 인물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