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이 현대자동차를 삼성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새 동반자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아직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저변이 넓지 않은 만큼 강 사장은 자동차용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현대차와 협업이 절실하다.
 
[오늘Who] 강인엽, 현대차에 삼성전자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 절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2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만남을 계기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자동차 전자장비(전장)용 반도체에 관해 협력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21일 이 부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는데 강인엽 사장도 동행했다.

삼성그룹에서 자동차산업과 관련한 계열사는 삼성전기, 하만 등 여러 곳이 있다. 그중에서 유독 시스템반도체를 담당하는 강 사장이 두 그룹 총수의 회동에 함께한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반도체 동맹’을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두 그룹 사이 이뤄지고 있는 최고경영진 회동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자동차용 반도체 확대 공급 등을 전제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내구성과 수명 등에서 일반반도체보다 가혹한 조건을 견뎌야 하는 만큼 뛰어난 기술을 요구한다. 대신 부가가치도 높다.

IBK경제연구소가 2018년 발간한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쟁력 분석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자동차 원가에서 반도체 등 전장부품의 비중은 40%를 넘겼다. 전기차에서는 7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갓 자동차용 반도체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고객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의 오류가 탑승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완성차업체들은 이미 신뢰성이 검증된 기업과 거래를 이어가려는 태도를 보인다.

강 사장은 2018년 10월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를 내놨지만 아직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등 세계적 자동차용 반도체기업과 비교해 의미 있는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삼성전자가 현대차에 자동차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과정은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룹 의사결정의 꼭대기인  총수 차원에서 협력에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미래차를 키우면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현대차는 2019년 기준 9종인 전기차를 2025년 23종으로 늘리고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을 2025년까지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연히 자동차용 반도체 요구량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 사장은 유력한 고객사가 될 수 있는 현대차와 협력 가능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의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성능을 높이고 제품군을 확충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자동차용 시스템반도체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는 각각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로 구성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며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카메라 등에 쓰인다.

현재 엑시노스 오토는 2종, 아이소셀 오토는 4종까지 개발돼 있다. 이 가운데 ‘엑시노스 오토 V9’, ‘엑시노스 오토 8890’ 등은 최근 독일 아우디에 공급을 성공해 성능을 증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사업 영역을 모바일뿐 아니라 자동차시장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신뢰성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지속 개발해 고객들에게 최고의 드라이빙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뒤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집중해서 육성하고 있다.

강 사장은 이런 비전의 중심축으로 여겨진다. 2010년 세계적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퀄컴을 떠나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강 사장을 데려오기 위해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이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오른 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은 힘을 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매출은 2017년 13조7800억 원에서 2019년 14조5천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5조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