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이 자회사인 VGXI와 미국 제약사 사이 소송으로 코로나19 백신 연구개발에 차질이 예상된다.

진원생명과학은 규모가 크지 않은 바이오기업인 만큼 자회사 소송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클 수 있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

▲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


12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진원생명과학은 자회사 VGXI와 미국 제약회사 이노비오 사이 코로나19 백신 제조 핵심정보에 대한 공유를 놓고 벌이는 소송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

VGXI는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 생산시설(CDMO)을 갖춘 진원생명과학의 미국 위탁생산 자회사다. 

VGXI는 올해 1월부터 이노비오의 코로나19 백신 'INO-4800'의 임상용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이노비오는 4월 말부터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6월에는 국내에서도 임상1상 및 2상 시험허가를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이노비오가 6월4일 임상용 백신의 대량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INO-4800 제조 과정에 관한 핵심정보를 넘기라며 VGXI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법원은 6월29일 이노비오의 주장에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이노비오는 법원의 기각 판결에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소송이 장기화되면 VGXI와 진원생명과학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을 구하는 소송비용으로 올해 1분기에만 137억 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원생명과학은 2019년 매출 412억 원을 거둘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는데 소송비용만으로도 큰 재무적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진원생명과학 입장에서는 이번 VGXI와 이노비오의 소송으로 막대한 소송비용도 부담이 되지만 오래된 미국 내 파트너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VGXI를 설립한 2008년부터 진원생명과학은 이노비오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왔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VGXI이 내놓은 입장문에서는 이노비오의 코로나19 임상용 백신의 위탁생산 계약 종료를 통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은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노비오와 소송과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진원생명과학은 국립보건연구원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LS-5310'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앞서 진원생명과학은 3월27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핵산백신 플랫폼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개발 사업'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부는 6월3일 진원생명과학을 포함해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등이 개발하고 있는 3가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한 지원을 결정해 백신 개발을 향한 기대감을 높였다.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GLS-5310은 올해 하반기에 임상1/2a상에 들어간다. 

2022년 상반기에는 임상2b상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백신 긴급사용 허가를 받아 국내에 백신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진원생명과학은 올해 7월 중 유상증자를 실시해 750억 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가운데 650억 원은 VGXI 공장 신축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00억 원가량을 코로나19 백신과 코로나19 감염방지 코 스프레이 치료제 개발에 투자하기로 계획을 잡았다.

진원생명과학은 코로나19 감염방지 코 스프레이 치료제인 'GLS-1200'의 미국 임상2상을 6월11일에 시작했는데 올해 하반기 안으로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이사는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감염방지 코 스프레이 치료제 GLS-1200의 임상2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응급용 제품 승인 신청도 검토할 것"이라며 "기존에 축농증 치료제로 개발해오던 물질인 만큼 치료제 가격도 빈부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