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전자, 카카오 등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는 발걸음이 더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구글 등 해외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인공지능 스피커 등이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데다 경쟁사 KT의 ‘인공지능 원팀’이 실질적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본격적 시동을 걸고 있어 마음이 다급해지게 됐다.
 
박정호, SK텔레콤 카카오 삼성전자 인공지능 협력 진척없어 '답답'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2일 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생활, 금융, 의료, 제조업 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AI)서비스와 시스템 도입이 두드러지면서 인공지능 기술 주도권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토대로 한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시장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 분야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에서도 인공지능이 핵심기술이자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은 분야로 국내외 정보통신분야 기업들의 연합이 활발하다.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것인 만큼 데이터와 정보 교류, 합동연구의 시너지가 기존 산업영역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사장도 삼성전자, 카카오에 손을 내밀며 인공지능 분야 협력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지만 아직 협업과 관련한 논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사장이 1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삼성전자와 카카오와 협력을 꺼내들자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카카오가 삼성전자의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용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고 각자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의 통합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반년이 다 되도록 아직까지 현실화된 내용이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을 내놓고 협력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하는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당장 구체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2019년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검토하고 있고 인공지능 역시 논의 주제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CES 2020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인공지능 관련 협력을 모색하며 적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삼성전자, 카카오, SK텔레콤이 모두 각자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단계와 논의 사항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경쟁사들은 인공지능 연맹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2018년 서로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통합해 연동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와 제품들을 이용할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로 아마존 쇼핑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KT가 구현모 사장의 주도로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등을 ‘AI 원팀’에 합류시켜 생활가전, 금융 등 분야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인공지능 리더십 확보에 힘을 싣고 있는 점도 박 사장으로서는 부담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9년 11월24일 열린 난징포럼에서 "인공지능이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2019년부터 각 계열사 인공지능 실무자들이 모여 성과를 발표하고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워크숍을 여는 등 인공지능 기술을 업무방식과 사업모델에 적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일찍부터 인공지능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관련 기업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국내 정보통신기업들이 인공지능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겨룰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힘을 합치지 않으면 글로벌기업들에 시장을 모두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왔다.

인공지능 기술의 사용자가 아닌 ‘플레이어’가 되려면 국내 정보통신 각 분야 1위 기업들의 ‘초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SK텔레콤이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카카오와 협력에서 인공지능 분야를 가장 중요한 협업분야로 꼽고 삼성전자와는 인공지능 분야 기술 등을 공유하고 브랜드나 애플리케이션(앱)은 각자 행보를 유지하는 협력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진전된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공지능에서 국내외 다양한 사업자들과 다방면에서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며 “초연결시대에는 초협력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보통신분야에서 주도권을 들고가지 못 한다고 국내 1위 사업자들끼리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데 방향성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