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명분 삼아 중간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올해도 중간배당을 이어가려면 금융당국에서 납득할 만한 근거를 보여줘야 하는데 상반기 실적이 근거가 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코로나19에도 순이익 호조, 중간배당 규모에 시선몰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증권업계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상반기 기준 순이익 1조3천억 원가량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1조2197억 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실적 추정치에는 라임자산운용 무역펀드 관련 충당금,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예상 손실액, 코로나19에 대비한 충당금 등이 반영됐다. 

2분기 코로나19에 대비한 충당금은 500억~1천억 원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증권업계에서 추정한 것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았더라도 지난해 상반기 수준의 순이익은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수준인 주당 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면 배당규모는 1500억 원 정도다. 

하나금융지주는 1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을 14조 원가량 쌓아두고 있기 때문에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하나금융지주는 6월15일 중간배당을 위한 주주명부를 폐쇄한다고 공시했다. 보통 시장에서는 주주명부 폐쇄 공시를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주주명부 폐쇄 공시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지주가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금융권에 건전성을 확보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지주를 꼭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금융지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만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6월30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은행들의 자본확충을 위한 자사주 매입금지 및 배당금 제한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며 “은행권은 실물경제에 관한 자금공급 기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 흡수능력 확충에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간배당은 하나금융지주 주주환원정책의 대표적 정책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어렵다.

하나금융지주는 2005년부터 중간배당을 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한 해만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최근 5년 동안 중간배당 규모도 늘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9년 주당 500원, 2018년 400원, 2017년 300원, 2016년 250원, 2015년 150원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행의 배당 제한은 배당금 지급 규모를 현재 수준보다 늘리지 말라는 것이지 배당을 크게 축소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하나금융지주가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나금융지주는 7월23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중간배당을 실시할지 여부를 알릴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