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에서 내부통제 미흡으로 제재를 받은 것과 별개로 OEM(주문자부착생산) 펀드를 판매한 혐의로 과징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NH농협은행이 OEM펀드 판매사로선 처음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OEM펀드 판매와 관련한 판매사 책임 및 관리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하나은행으로 NH농협은행 'OEM펀드' 판매제재 불똥 튀나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 손실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의 공모규제를 회피한 혐의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 손실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의 공모규제를 회피한 혐의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OEM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만든 펀드를 말한다.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에서 유사한 구조를 지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사모로 쪼개 발행하고 이를 각각의 사모펀드에 편입해 판매했다. 

기초자산과 손익결정 구조 등 실질이 유사한 상품이 다수 일반투자자에게 판매됐지만 사모펀드 형식으로 판매돼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규제를 받지 않았다.

NH농협은행이 OEM펀드를 판매하면서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한 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그동안 OEM펀드를 제작한 운용사만 제재를 받고 판매사는 제재를 받지 않았는데 이번에 NH농협은행이 판매사로서는 처음으로 제재를 받게 되면서 금융당국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도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제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미비 등으로 일부 영업정지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문책경고를 받았다.

NH농협은행은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과 아람자산운용에 OEM펀드 방식으로 주문한 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았다.

공모펀드에 따르는 규제를 피하려 펀드를 쪼개서 판매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예외적으로 둘 이상의 사모펀드가 자금조달계획, 판매시기 등을 고려해 동일한 펀드로 판단될 때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NH농협은행이 이 OEM펀드를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펀드 규정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NH농협은행이 증권발행 ‘주선인’의 지위에서 발행사인 운용사와 함께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진다고 해석해 증권신고서 미제출을 제재할 수 있다고 봤다. 주선인은 공시 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 대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에서 NH농협은행에 과징금 20억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NH농협은행이 OEM펀드 판매 과정에서 ‘주선인’ 지위가 인정돼 과징금을 부과받은 만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미 지난해 12월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에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상품 개발 과정부터 발행사 및 운용사와 긴밀히 상호협력했다며 OEM펀드 판매를 지적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의 OEM펀드 판매는 일반인 피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과징금 규모가 당초 10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줄었지만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는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제재가 내려지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NH농협은행보다 과징금 규모가 더 클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OEM펀드 판매로 제재를 내릴지 여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제재가 이뤄진다면 기존에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내부통제 미비로 제재가 내려진 것과 별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