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주사 벤처캐피털 미는 홍남기, 공정위와 의견조율 험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4월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와 관련해 구체적 규제 수위를 놓고 험난한 의견조율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르면 6월 중으로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케피털 보유 허용을 놓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기획재정부와 공정위 사이 과장급 실무회의가 시작된다.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허용안은 7월 중 발표된다.

홍 부총리는 공정위의 반대에도 경기부양을 위해 대기업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주사에 적용되는 행위제한의 수위를 놓고는 조 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홍 부총리도 ‘제한적 허용’이라며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 마련은 필요하다고 보지만 조 위원장이 생각하는 규제 수위와는 차이가 클 수 있다. 

일차적으로 대기업 지주사의 벤처케피탈 보유와 관련해 외부자본을 허용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위원장은 대기업의 내부자금으로만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자본 활용까지 허용한다면 벤처캐피털을 통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이뤄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구글, 인텔,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5개 미국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5개 기업은 벤처캐피털에 투자하는 방식이 각각 달라도 모두 100% 내부자금으로만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이 벤처캐피털의 지분을 어느 정도 의무적으로 보유하게 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의무보유 비율을 설정해야 한다,

조 위원장은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할 자회사 지분율인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보다 높게 설정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 정보통신기술 회사 가운데 독립된 회사 형태의 벤처캐피털을 보유한 구글과 인텔은 모두 100% 지분을 들고 있다.

홍 부총리는 금산분위 완화와 관련해 정치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만큼 조 위원장의 주장을 모두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자본 투자방법과 지분 보유 관련된 규제에서 홍 부총리가 의견을 관철시킨다면 총수 일가의 지분 보유 제한, 벤처캐피털의 투자처 제한 및 다른 금융업 겸영 제한, 투자내역 보고 등에서는 어느 정도 공정위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는 업무보고를 통해 “현재도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털은 설립 가능하고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지배를 금지한 것이 대기업 벤처투자의 핵심적 제약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업형 벤처캐피털이 허용된다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