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수권정당 만들기를 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을 혁신해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꿈꾸지만 코로나19 극복을 내건 정부와 거대여당이 정국을 상당 기간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선을 앞두고 수권정당으로 통합당의 존재감을 높이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Who] 김종인, 거여 국회에서 통합당 수권정당 면모 쌓기 험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 위원장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전날 민주당의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 강행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사퇴의사를 밝힌 주 원내대표의 마음을 돌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는데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화로 주 원내대표의 복귀를 설득해 “며칠 쉬겠다”는 대답을 받아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원내지도부 공백을 막아 급한 불을 껐지만 향후 국회 운영에서 통합당이 수권정당으로서 어떻게 존재감을 보여줄지와 관련한 고민은 깊고도 넓어 보인다.

당장 원내에서 민주당에 맞설 마땅한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수적 열세를 지닌 통합당이 원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던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이 힘으로 밀여붙여 차지한 만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민주당은 앞으로 압도적 다수 의석이라는 실질적 힘 외에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생이라는 명분도 차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통합당이 민주당이 주도하는 정국운영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어렵다.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상실한 채 들러리를 서는 모습으로는 1년9개월 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모습으로 국민 눈에 비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통합당은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체제에서 원외투쟁까지 마다않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다 민심의 외면을 받아 21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이 견조하다는 점도 김 위원장에는 부담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지만 지지율 50%를 넘으며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미향, 양정숙 두 의원을 둘러싼 논란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거의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은 국민이 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명분으로 18개 국회상임위를 독식할 수도 있다며 통합당에 으름장을 놓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주말까지 구상을 가다듬은 뒤 다음주초 주 원내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원내전략을 다시 세워 민주당의 원구성 협상요구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민주당이 통합당 몫으로 제시한 예산결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무위원회 등의 위원장을 맡아 실리를 챙긴 뒤 당 혁신작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라본다. 

김 위원장은 5월 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통합당의 상황을 고려해 ‘진보보다 앞선 진취적 정당’과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기본소득제, 저출생과 교육불평등 범여권의 의제를 화두로 제시하며 보수의 외연을 넓히는 데 공을 들여왔다. 

현재 통합당 안에서는 경제혁신, 교육혁신, 미래산업 육성, 정강정책 개정, 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