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폭넓은 이동통신 가입자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분야의 강점을 무기로 금융서비스와 시너지 창출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과 금융서비스를 결합한 다양한 제휴상품을 내놓으며 가입자 유지와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증가효과를 꾀하고 있고 KT는 금융권에서 협업을 늘려가며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 영역 확장에 힘을 싣는다.
 
SK텔레콤 KT, 모바일시대 통신과 금융 묶어내기 아이디어 짜내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8일 금융업계와 증권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모바일금융시대가 열리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금융 서비스시장에서 빠르게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금융상품의 고객으로 연결될 수 있는 폭넓은 모바일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생활과 밀착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부분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어 금융권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로서도 금융사와 연합은 통신사업에서 쌓은 인프라를 활용하고 인공지능, 데이터 등 분야의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SK텔레콤은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상품을 이동통신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 통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결합 금융상품을 이동통신 가입자 확보와 유지는 물론 기존 가입자들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금융사와 협업해 내놓은 대표적 예금상품 ‘T high 5’는 연 최대 5% 금리를 제공하는데 기본금리 2%에 SK텔레콤 고객에게는 우대금리 2% 추가, 여기에 SK텔레콤 5만 원 이상 요금제를 쓰는 고객에게는 우대금리 1%를 더 주는 방식이다.

'T high 5'가 시중 보통 은행들의 적금 상품 금리와 비교해 2배가량 높은 수준의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차별적 혜택으로 SK텔레콤 고객들의 비싼 요금제 가입 등을 유도하고 다른 이동통신사로 이동을 막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SK텔레콤은 실제 2019년 DGB대구은행과 함께 내놓은 적금상품 ‘T high 5’로 출시 1주일 만에 가입자 5만여 명을 모았고 그 뒤 KDB산업은행과도 같은 적금 상품을 출시해 가입자 약 10만 명을 유치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KDB산업은행과는 연 최대금리 2%의 자유입출금상품도 마련해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과 금융의 시너지로 고객 혜택도 늘리고 상품에 회사의 회선을 유지하는 조건을 거는 등 방법으로 가입자를 묶어두는 데에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KT 역시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한 금융서비스 개발 등에 힘을 싣고 있다.

KT는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있는 만큼 금융서비스부분에서도 기업 고객을 늘리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KT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KT가 지닌 서비스와 통신망을 제공하면서 B2B 고객을 금융산업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비대면사회로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도 강해지고 있는 데 따라 극민연금공단, 국세청 등 정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던 모바일 통지서비스를 손해보험회사 등 금융쪽 고객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은행 등 금융회사의 상담업무를 자동화하는 인공지능 챗봇, 사람이 쓴 글자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인공지능 문자인식(OCR) 서비스 등 금융업무 자동화서비스를 개발해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사업을 따내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KT는 앞서 2019년부터 여러 보험회사와 함께 실손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하는 플랫폼도 운영하는 등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과 만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분야에서 협업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금융이 활성화, 보편화되면서 이미 모바일시장에서 가입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금융사와 협력했을 때 시너지가 크게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