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 등 펀드 환매중단 후폭풍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로 올해 실적 부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증시 회복으로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가 활발해져 수수료수익 증가에 기여하며 신한금융투자 실적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올해 실적에 먹구름 , '동학개미운동'은 그나마 버팀목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5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증시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침체기를 보이다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며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도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효과가 주식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져 수수료수익에 기여하며 실적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학개미운동은 외국인 주식 매도세를 국내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만회하는 흐름이 지속되며 국내 증시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기업 주가 상승세가 이어져 차익을 보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의 주식 거래는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하루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20조 원 이상으로 사상 최고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개인 자금이 증시에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연구원은 증권사 주식 거래 수수료수익도 당분간 호조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가운데 신한금융투자는 주식 거래 수탁수수료가 실적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런 상황에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1분기 신한금융투자 수탁수수료 수익은 약 86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7% 증가했다. 전체 수수료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이른다.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수탁수수료 비중은 NH투자증권 49%, 하나금융투자 42%, KB증권 56%다.

증권업계는 2분기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신한금융투자는 독일 부동산펀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의 후폭풍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환매가 중단된 독일 부동산펀드 투자자에 원금 50%를 가지급하기로 했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에도 원금의 최대 70%를 미리 보상해주기로 했다.

투자자들에 지급하는 금액만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데 금융감독원이 하반기 내놓는 분쟁조정안에 따라 배상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에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속 평가손실이 발생해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3월 말 취임 뒤 투자자 피해사태 재발을 막겠다며 대체투자상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신한금융투자 기존 사업범위도 축소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여파를 극복하고 소비자 신뢰를 되찾는 데 필요한 조치지만 사업영역에 제약이 생기는 것은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가 활발하게 이어지며 신한금융투자 수수료수익 증가를 이끌고 있는 점은 실적에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개인투자자 주식 매수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수료수익에 의존이 더 커진다면 불안한 상황이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증시 상승세가 주춤하면 주식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한 뒤 다른 투자처로 눈을 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로서는 펀드 환매중단으로 입을 타격과 수수료수익 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새 수익원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른 시일에 조직개편을 실시해 투자상품 운영체계를 정비한 뒤 검증된 자체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사업체질 개선과 실적 반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