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 제재를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파생결합상품 손실사태 이후와 같이 강력한 제재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펀드 판매사에 자발적 피해보상과 분쟁조정을 권고하고 금융회사들도 펀드 자산 회수 등 사후조치를 주도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Who] 윤석헌,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제재보다 배상 유도에 무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코로나19 사태와 경제위기로 금융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금감원을 향한 사회적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는 점도 윤 원장이 엄격한 제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금융회사 제재 등 절차가 6월부터 시작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제재절차가 하반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면서도 "금융회사 제재는 여러 단계를 거쳐 결정되는 사안인 만큼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펀드상품을 판매해 투자자 피해를 일으킨 금융회사들은 판매금액과 불완전판매 등 과실 여부에 따라 금감원에서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액이 가장 많은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 신한은행, 대신증권 등이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

특히 우리은행은 파생상품 손실사태 때 불완전판매 행위로 경영진 중징계와 일부 업무정지, 과징금 등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던 만큼 금감원 결정에 더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석헌 원장이 파생상품 사태와 달리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제재를 결정하거나 경고를 내리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윤 원장은 4월 열린 취임 2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파생상품 제재심에 관련한 질문을 받자 "시간을 되돌려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회사가 투자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만큼 판매사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는 판매사들에 온전히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파생상품은 외국 금리변동 등 변수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사태는 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위험을 숨기고 상품을 판매하는 등 사기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검찰조사와 재판 등에서 라임자산운용 측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책임 부담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

윤 원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금감원이 사후대책을 주도하기보다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 배상안을 내놓고 협의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윤 원장은 최근 금융감독자문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라임자산운용 사태 피해보상은 금융회사와 투자자가 사적 화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부 펀드 판매사들은 이미 투자자에 원금을 일부 돌려주는 자발적 피해보상을 결정했다.

신영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에 원금 일부를 배상하는 계획을 내놓았고 신한금융투자도 펀드 원금의 최고 70%를 돌려주기로 하며 투자자와 직접 합의를 보기로 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윤 원장의 주문에 맞춰 펀드 자산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배드뱅크'를 공동으로 설립한 뒤 사후대책에도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들이 파생상품 손실사태 때보다 적극적으로 선제적 피해보상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이 강도 높은 제재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를 압박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며 윤 원장이 금융회사 경영진 제재나 일부 업무중단 등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제재를 내리는 것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윤 원장이 금융소비자 피해사태에 관련해 금감원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이었던 반면 금융회사에만 엄격한 제재를 내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여론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결국 윤 원장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엄격한 제재를 고려하기보다 우선 자발적 배상 등 실효성 있는 대책에 더 많은 판매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힘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를 뒤따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대신증권 등 펀드 판매액이 많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선제적 피해보상과 관련한 논의가 당분간 활발히 진행될 공산이 크다.

다만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선제적으로 라임자산운용 사태 피해보상을 결정한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금융회사로서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