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불완전판매 관련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오너3세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에게도 부담을 안기고 있다.

양 사장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면서 '책임경영'을 내걸었던 만큼 보상책 마련에도 책임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 라임 펀드 대책에 소극적, 오너3세 양홍석 책임론도 비등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28일 법무법인 광화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환매중단 피해자모임’이라는 온라인 모임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소장을 작성하고 있는 단계다.

이에 앞서 법무법인 우리도 2월20일과 3월25일 각각 4명, 2명의 라임사태 피해자들을 대리해 대신증권과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을 고소했다. 

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로 법적 분쟁이 확산하면 양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대신증권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2건으로 소송가액은 43억 원에 이른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연기된 펀드 판매금액이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2020년 1분기 말 기준 환매연기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대신증권이 판매한 펀드금액은 1992억 원이 넘는다. 

신한금융투자는 3248억 원어치를 판매했는데 피해보상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20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로 피해를 본 고객에게 선제적으로 손실액 또는 원금 일부를 보상하기로 했다.

또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에 따른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섣부른 보상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아직 검찰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배임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신증권의 이런 태도는 금융당국의 해석과 달라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들이 선제적 보상안을 내놓은 것을 놓고 배임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윤 원장은 22일 ‘2020년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배임 이슈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적 화해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선보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키코(KIKO)사태를 놓고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키코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은행에서 외환 파생상품에 가입했던 기업들이 환율 변동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사건이다.

금융위는 키코사태와 관련해 은행에서 피해기업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일이 은행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일부 은행이 은행법 위반 가능성을 들어 키코사태 피해기업에 배상을 하지 않거나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피해기업 측 손을 들어준 셈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연기 사태와 관련해 대신증권을 향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은 이유다. 

대신증권이 투자자 피해보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오너3세인 양 사장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이 판매한 펀드로 손해를 본 피해자들은 금감원 앞에서 양 사장을 '몸통'으로 지목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양 사장은 양회문 대신증권 전 회장과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대신증권은 전문경영인인 오익근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양 사장은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양 사장은 올해 들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며 지분율을 높이면서 지분 확대를 통한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양 사장은 1분기에만 50만 주가 넘는 대신증권 주식을 장내매수해 지분율이 지난해 말 7.83%에서 8.83%로 늘어났다. 2019년에는 16만 주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양 사장이 2019년 결산배당으로 대신증권으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40억 원을 웃돈다. 지분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배당금 규모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양 사장의 꾸준한 자사주 매입을 두고 책임경영의 일환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으로서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사태에 대응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면 양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놓고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양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쳐도 13.50%에 지나지 않아 경영권이 불안하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월 말부터 3월까지 대신증권 본사와 반포 자산관리(WM)센터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 자산관리(WM)센터장은 2019년10월 1조6천억 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가 중단된 뒤에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 등을 열어 펀드 안정성을 강조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환매를 보류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장 전 센터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신증권은 1조 원이 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했는데 모두 반포 자산관리(WM) 센터에서 판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