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해외사업에서 경쟁자를 벗어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한 것은 해외사업을 향한 김 회장과 조 회장의 절실함이 깔려있다.

국내 금융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해외사업에서 협력관계를 맺는 통큰 결정을 내린 데는 해외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노리겠다는 사업적 판단뿐 아니라 김 회장과 조 회장의 30년 넘는 개인적 인연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김정태 조용병 '30년 인연', 하나와 신한 해외 동반자로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해외사업에서 협력하기로 결정하면서 30년 넘게 이어온 김정태 회장과 조용병 회장의 인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과 조 회장 사이 신뢰가 돈독하지 못했다면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해외사업을 두고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관계를 바꾸는 결정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김 회장과 조 회장의 인연은 1988년 신한은행 영등포지점에서 시작됐다. 김 회장은 당좌 담당 수석대리로, 조 회장은 외환 담당 대리로 1년 정도 함께 일했다.

김 회장은 1952년 태어났고 조 회장은 1957년 출생이어서 5살 차이가 난다. 영등포영업점에서 선후배, 거의 사수와 부사수같은 사이로 같이 일하며 근무를 마친 뒤 함께 술을 마시는 등 개인적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992년 하나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2년부터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신한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하나금융그룹의 해외수익 비중 40% 달성을, 조 회장은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을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

순이자마진 감소 등 국내 영업환경 악화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김 회장과 조 회장이 해외사업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업무제휴라는 전략을 꺼내들었다.

김 회장과 조 회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현지 금융사 인수 등에서 국내 금융사 사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지사업을 확대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진출에 서둘렀던 일본 대형은행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와 경쟁은 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순이익 기준 국내 1위, 하나금융그룹은 3위다. 하지만 신남방국가에서 일본 대형은행 등과 단독으로 경쟁을 벌이는 데 힘에 부칠 수 있다.

일본 도쿄-미쓰비시UFJ은행(BTMU)이 2013년 태국 BAY(Bank of Ayudhya) 지분 70%를 인수할 때 투자했던 금액이 5306억 엔(약 6조 원)에 이른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베트남 BIDV의 지분 15%를 인수할 때 1조 원가량을 투자했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은행뿐 아니라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도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문화권, 시차 등을 고려해 신남방국가 진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업무협약을 살펴보면 공동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공동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항목이 가장 눈에 띈다.

하나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함께 공략하려면 두 금융그룹의 자본력 등을 더할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베트남과 일본, 하나금융은 중국이 큰 장점인데 어느 지역부터 진출하게 될 지는 아직 결정된 것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동남아쪽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단순히 해외에서 공동 영업활동을 벌이거나 현지 금융당국 규제에 공동대응하는 등 낮은 수준의 협력관계를 넘어 인수합병을 통한 해외시장 공동진출로까지 이어지려면 공동 투자에 따른 경영권이나 성과 분배, 투자 실패에 따른 책임 소재 등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문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