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취임 100일을 지나며 농업 유통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다.

농가소득과 유통구조가 맞닿아 있는 만큼 임기 안 유통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본격적으로 경영행보를 밟고 있다.
 
농협회장 100일 이성희,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에 선택과 집중 가닥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15일 농업중앙회에 따르면 이성희 회장이 농업 유통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본격적으로 공약 이행에 힘을 싣고 있다.

이 회장은 11일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5대 핵심가치의 첫 번째로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 대변화’를 내세웠다.

1월31일 취임한 뒤 100일 직후 공약을 바탕으로 한 농협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유통구조 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취임 직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코로나19 대응에 농협의 모든 역량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경영현안을 더 이상 미뤄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그동안 농가방문, 일손돕기 등 현장경영을 중심으로 농업인과 접촉을 늘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비전 선포식과 함께 농협중앙회 5월 정례조회를 개최했다. 3월과 4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월 정례조회가 열리지 않았다.

4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결정을 마지막으로 주요 임원인사가 마무리돼 내부정비를 마친 점도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행보를 나서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유통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선진화하고 농·축협 숙원사업을 해결해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4월23일 농협경제지주 산하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출범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농축산물 유통혁신방안 모색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통해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수급 안정을 통한 농축산물 가격 지지 △온라인 농산물 판매채널 구축 △유통시설 기능 다변화와 물류 효율화 △소비자 맞춤형 농축산물 판매 확대 △디지털농협으로 도약 △농업인과 소비자 만족도 높이기 등을 추진한다.

이 회장은 올바른 유통위원회 출범식에서 “유통구조 개선을 임기 중 최우선 과제로 삼고 농업과 농촌, 농업인과 ‘함께하는 농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마중물로서 18일 문을 여는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거래소에 내놓으면 중도매인·유통업체·식자재마트·급식업체 등 다양한 구매자들이 입찰에 응해 거래가가 책정된 뒤 직송되는 방식이다.

도매시장 위주의 농산물 거래에서 벗어나 농가의 판로 선택권을 확대하고 물류비 절감 등을 통해 농가가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농업 유통구조 개선은 이 회장이 농협회장 선거 때부터 주장해온 핵심공약이다. 농업계의 최대 현안인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생산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농가소득 향상과 유통구조 개선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2018 유통실태 종합’에 따르면 2018년 유통비용률은 46.7%로 분석됐다. 2017년 44.4%보다 2.3%포인트 증가했다. 유통비용률은 농산물이 산지부터 소비지까지, 생산농가의 출하부터 소비자 구매까지 소요되는 비용을 뜻한다.

작황이나 농지면적 조절 실패로 농축산물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남아도는 수급 불균형이 반복되는 것도 복잡한 유통구조와 관련이 깊다.

농업계는 농축산업을 둘러싼 급격한 유통환경 변화와 코로나19와 같은 변수 발생으로 농축산물의 소비·유통 패턴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온라인시장에서 농협몰의 인지도는 미미하다. 소매유통시장에서도 농협은 상품과 서비스 경쟁력 부족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