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이동통신 요금인가제 폐지 가시화에 따른 시장 경쟁환경의 변화를 앞두고 전략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3사는 지금까지 마케팅 경쟁에 집중한 사업운영을 해왔는데 요금인가제가 폐지되고 신고제로 바뀌면 본격적 요금제 경쟁시대를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요금인가제 폐지되면 진짜 실력 드러난다

▲ (왼쪽부터)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


8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요금인가제 폐지로 이동통신사의 주가와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요금 경쟁 심화에 따른 통신사의 피해도 예상되지만 인위적 요금 인하 압력이 완화되는 데 따른 수혜가 더 클 것”이라며 “마케팅비용 감소에 관한 기대감, 통신사들이 요금 결정력을 보유하게 되는 점 등은 투자를 유도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은 현재 5G통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네트워크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자율경쟁을 통한 시장과 투자 활성화는 반가운 일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사례를 봐도 통신요금 인하에 치중하는 규제가 시장 경쟁의 균형을 맞추는 데 효율적으로 작용한 점도 있었지만 정보통신과 플랫폼산업의 발전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상황 자체도 요금인가제가 도입된 1991년과는 달라졌다. SK텔레콤이 여전히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1위 사업자이기는 하지만 시장 점유율이 40%대로 낮아졌고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0년 3월 기준 5G통신 순증 점유율은 SK텔레콤은 46.2%, KT는 30.1%, LG유플러스는 23.7%로 점유율 경쟁상황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이동통신사업자마다 요금인가제를 두고 입장이 많이 달랐다”며 “인가제는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들고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 시장 파괴적 요금제로 시장에서 독점구도를 더욱 굳힐 가능성 등을 제재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지만 최근 시장상황이 바뀌면서 오히려 인가제가 통신사 사이 자유로운 요금 경쟁을 방해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현행 요금인가제를 적용받는 직접적 대상자였던 만큼 인가제 폐지에 따른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그동안 요금인가제의 영향으로 요금제를 자유롭게 출시하지 못했다. 특히 요금제를 정부로부터 인가받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이나 전략 등이 노출된다는 점을 들어 인가제를 폐지에 찬성해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인가제 폐지가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지금 당장 가늠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공시지원금을 얼마를 주나 등 영업 경쟁, 마케팅 경쟁만 하고 있는데 이런 마케팅 경쟁이 요금제 경쟁으로 가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가제 폐지에 따라 어떤 요금제를 어떻게 구상할지는 LTE 때 경험에 비춰 이제부터 고려할 사항”이라며 “LTE 때처럼 소비자들의 다양한 필요에 따른 맞춤형 요금제들이 더욱 많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LG유플러스 등도 인가제 폐지로 다양한 측면에서 사업전략을 구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시장의 추세가 각 개인의 필요와 취향에 맞춘 ‘개인화’가 판매 전략이 되고 있는 만큼 일률적 요금제를 벗어나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상품들을 신속하게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앞서도 ‘LTE’ 무제한 요금제로 SK텔레콤과 이용자 유치 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통신사 가운데 가장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는데 자율경쟁이 본격화되면 이런 행보에 더욱 힘을 실을 가능성이 높다.

KT와 LG유플러스가 모두 최근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기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용 출혈이 큰 마케팅 경쟁에서 요금제 경쟁으로 시장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의 연간 마케팅비용 합계는 최근 수년 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2019년 이통3사의 마케팅비용은 2018년보다 9천억 원가량 늘었다. 

SK텔레콤은 2019년 한 해 마케팅비용으로 약 3조700억 원, KT는 약 2조7800억 원, LG유플러스는 약 2조2450억 원을 썼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7일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유보 신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는데 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는 모든 통신사가 과학기술정보부에 신고만 하면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