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의 내부등급법 승인 여부 결정을 앞두고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자본 투입을 집중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아주캐피탈 등 비은행권 인수합병을 통해 추진하려던 수익 다각화 전략을 당분간 후순위로 미뤄둘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내부등급법 승인' 최우선, 손태승 아주캐피탈 인수 미루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7일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시기상 외형 성장보다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앞으로 인수합병에 쓰일 자본 확충을 위해 금융감독원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코로나19 피해 금융지원에 적극 나서며 금융당국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이끌어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더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이른 8일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중소기업대출도 2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우리금융지주는 4월1일부터 소상공인을 위한 연 1.5% 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4월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재·부품·장비기업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대출상품을 내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3월26일 연임을 확정지은 뒤 첫 행보로 코로나19 금융지원 현황을 점검하며 "코로나19에 경각심을 유지하며 장기적 경기 침체 등 최악의 경영환경에 대비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자회사와 지주사가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춰 코로나 피해기업 살리기에 앞장서자"고 말했다.

정부는 18일부터 코로나19 대응 추가 금융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금융지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자본 확충 길을 열어주는 차원에서도 내부등급법 심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심사는 금융지주별로 신용평가를 통해 회계 기준을 새로 만드는 일이라 승인시기를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현장점검은 4월29일 마치고 서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 적용을 받지 않는 유일한 금융지주로 자본확충을 위한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내부등급법 적용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나 금융지주사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금융기관의 자체 신용평가모형과 리스크 측정요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로 바젤위원회 기준을 적용한 표준등급법보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게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 1분기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7%로 나타났는데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면 보통주 자본비율이 현재보다 0.85%~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보통주 자본비율(CET1비율)이 10% 후반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이후 캐피탈과 증권사 등 비은행 인수를 통한 수익 다각화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부등급법 심사를 앞두고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주캐피탈 인수를 후순위로 미룰 수도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은행업 비중이 높아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권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아주캐피탈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혀왔다.     

당초 증권업계는 우리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 인수를 7월 경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통해 사모펀드인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가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펀드 만기 시점에 아주캐피탈 지분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도 보유하고 있어 지분 매입을 통해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지원으로 자본을 외형 성장에 투입하기 힘들어지면서 아주캐피탈 인수도 재차 미뤄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아주캐피탈 지분매입을 위해 추가로 들여야할 비용은 3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월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는 2019년 6월 이미 한차례 펀드 만기시점을 연장했다. 2019년 연장 당시 2021년 6월까지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결의한 만큼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인수를 미뤄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펀드만기 연장 여부는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비은행권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잠재적 매물에 관해 다각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