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를 통해 유통체계 혁신에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인 공영농산물도매시장 거래체계를 인터넷·모바일 기반으로 옮겨 농가의 판로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
 
[오늘Who] 이성희. 농협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에 유통혁신 기대 걸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27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온라인 농산물거래소 개장을 앞두고 농협경제지주가 홈페이지 구축 등 막바지 마무리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5월18일 양파를 시범사업 품목으로 삼아 온라인 농산물거래소 운영을 시작한다.

하반기에 깐마늘로 시범사업을 확대한 뒤 보완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기존에 농산물 거래를 위해 출하자와 구매자가 직접 공판장에서 상품을 거래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온라인 이미지와 다양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다수의 생산자가 다수의 구매자와 온라인상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의 개념이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정부의 농산물 수급관리, 가격시스템 선진화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기도 하다. 가격 안정기능 강화와 물류 등 유통 효율성 높이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성희 회장은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농산물 온라인거래소가 이 회장이 강조하는 ‘농가소득 안정’과 ‘유통구조 혁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축산물 유통구조상 가장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며 “기존의 유통체계를 타파해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유통구조 혁신과 관련해 가장 먼저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농협 내부적으로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농산물 생산·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등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23일 임기 안에 농축산물 생산·유통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 위해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에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일반 도매시장보다 더 많은 구매자가 참여해해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락시장 의존도가 완화돼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온라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존 도매시장이 안고 있는 장소와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유형의 도매시장이 하나 더 추가돼 건전한 경쟁체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온라인 농산물거래소 운영을 놓고 여러 보완점 및 개선점이 지적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품질 균일화 중요한 점으로 꼽힌다.

온라인거래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문제가 품질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업체에서 농산물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나오는 이유도 주로 품질, 신선도 문제다.

농협은 표준규격안을 만들고 상품의 규격과 품질표준화가 가능한 광역연합사업단, 조합공동사업법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을 출하처로 한정해 품질 문제 발생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온라인거래소를 활용할 만한 유인책도 필요하다.

온라인 농산물거래소는 기존의 서울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보다 수수료가 1% 저렴하지만 앞으로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도매가를 따라가는 형식으로 가격이 형성되면 구매자들이 온라인 거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실제 일본에서 활게와 성게의 전자상거래를 실시했지만 기존 오프라인 거래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면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대형마트의 참여를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하나로마트 등 농협의 유통계열사 뿐만 아니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참여가 중요하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자체 바이어조직을 두고 산지와 직접 접촉하거나 벤더(중간 판매업자)를 활용하고 있어 온라인 농산물거래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