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레임덕(집권 말기 권력누수)없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과 여당인 민주당의 총선 압승으로 대통령으로서 집권 후반기에도 국정운영의 동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출신이 이번 선거에서 대거 당선됐다는 점도 문 대통령에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레임덕 없는 성공한 대통령 되나, 코로나19 뒤 경제회복에 달려

▲ 문재인 대통령.


17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압승을 바탕으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생을 목표로 내걸고 국정운영 주도권을 강하게 틀어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권 후반기에 치러진 총선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미래권력으로 옮겨가는 시발점으로 여겨진다. 총선은 대선후보군을 중심으로 당의 진용이 재편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도 정국 주도권을 유지할 조건을 갖췄다. 이번 총선을 통해 사실상 국민들의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180석 획득을 놓고 민주당이 아닌 문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해 높아진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견인하며 총선 승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심판론을 화두로 치러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불씨를 지피려 기를 쓰고 노력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의 목소리는 '국난극복'을 위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야한다는 민주당의 호소에 완전히 묻혔다.

이를 이뤄낸 것도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면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에서 정권심판론을 마주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부동산정책을 놓고 통합당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에 들어섰다.

2019년 4월3일 경남 통영·고성과 창원 성산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졌을 때만해도 민주당의 앞날은 희망적이지 않았다. 당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뒤 처음으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면서 하락세에 들어섰고 40%까지 치솟은 민주당 지지율도 3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로 선출돼 재보궐선거를 지휘한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이 정부의 폭정에 심판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의 레임덕 시작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역전됐다. 초기 통합당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요구하며 정부의 방역대응을 놓고 총공세를 폈지만 정부의 성공적 방역성과가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의 찬사를 받으면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도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 추세는 선거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적어도 올 한해는 '국난극복'을 주도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 국민들이 높은 지지율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기도 하다. 

여기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원내에 강력한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만들어진 점도 문 대통령의 레임덕 차단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번 총선에서 청와대 출신은 모두 19명이 당선됐다. 기존 친문 의원들까지 합치면 친문 의원만 5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현재 정치권의 단일 계파로는 최대 규모로 친문 인사들은 민주당의 제일 계파로서 당을 주도하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레임덕을 차단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대선 국면이 미뤄지는 것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유리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정권 후반기에는 다음 대권주자들이 권좌에 앉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정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확산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라는 국가재난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만큼 대선주자들의 운신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대선후보 선출이 이뤄지는 시점에 가서야 국민들이 ‘미래권력’을 향해 눈길을 줄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를 잘 마무리하고 경제회생에 성과를 올리면 높은 지지율은 임기말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대선주자들은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 후광 효과를 얻으려 할 것이고 이는 레임덕이 발생할 여지를 더욱 좁혀준다.

다만 경제회생이 쉽지 않은 만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 성과를 내지 못 한다면 거꾸로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집권여당의 ‘겸손’과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당이 180석의 힘에 취해 오만한 모습을 보이거나 비리나 스캔과 같은 돌발악재가 생긴다면 순식간에 문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진 뒤 들어선 모든 대통령은 집권 3년차와 4년차에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서 레임덕을 겪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1년 ‘수서비리 사건’으로 장병조 당시 청와대 비서관 등이 구속되면서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민자당을 탈당해야만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차남 김현철씨의 국정농단 사건과 IMF사태가 벌어지면서 집권 여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에게 정국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게이트’ 등이 터지면서 레임덕에 빠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재록 게이트’,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포 게이트’, ‘저축은행 비리 사태’ 등으로 임기말 힘이 빠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돼 임기를 못채우고 수감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