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비은행부문 강화의 최우선 과제로 꼽아온 증권사 인수에도 뛰어들까?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나오면서 유안타증권 등이 손 회장의 인수합병 목록에 오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손태승 증권사 인수 나서나, 유안타증권에 우리금융 관심 보일 가능성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위기로 올해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그동안 투자은행부문을 내세워 실적 증가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를 정점으로 올해부터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런 점을 감안해 최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낮춰 잡기도 했다. 

손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 최우선 순위에 둔 증권사를 두고도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했는데 올해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실적이 다소 줄어든 증권사라도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합병으로 은행 비중을 낮춰 수익구조를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회사는 최근과 같은 금리하락 추세에서 실적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실적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실적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며 “인수합병 등을 통해 현재 90% 이상인 은행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바라봤다. 

손 회장이 인수할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로는 최근 유안타증권이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유안타증권 매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사업과 투자은행 강화에 주력해 한국 유안타증권을 유안타 글로벌 네트워크의 핵심계열사로 삼고 회사를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실적 감소가 예상되면서 최대주주인 대만 유안타그룹이 유안타증권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에도 우리금융지주 매각설에 휘말렸지만 우리금융지주와 유안타증권 모두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809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22.7% 감소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하면 올해 실적 감소폭은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유안타그룹이 유안타증권을 제값 받고 팔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유안타증권이 3월27일 주주총회를 통해 서명석, 궈밍쩡 공동대표체제에서 궈밍쩡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한 점도 매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3월에 부임해 국내 금융환경에 상대적으로 밝지 못한 궈밍쩡 대표가 단독으로 유안타증권을 이끄는 것이 영업보다는 매각 쪽에 무게를 둔 인사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궈밍쩡 대표는 유안타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투자은행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유안타증권은 금융위원회가 선정한 중소기업 특화증권사인 만큼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과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 내부에서 유안타증권을 적합한 인수대상으로 보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기업금융에 특화한 우리은행과 유안타증권의 시너지도 기대할 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손 회장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금감원은 현재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검토하고 있으며 승인은 이르면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는 위험가중자산 산출방식을 현재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꾸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올라 더 많은 자본을 인수합병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