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이 의료기기사업을 맡았다.

의료기기사업은 삼성그룹을 신수종사업으로 출범한 지 10년 동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신수종사업을 책임지던 미래전략실 출신의 김 부사장이 의료기기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주목받는다.
 
[오늘Who] 삼성 의료기기 맡은 김용관, 삼성메디슨 어떻게 손보나

▲ 김용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부사장.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어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수장이 전동수 사장에서 김용관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전 사장이 겸직하고 있던 삼성메디슨 대표이사 자리도 김 부사장이 넘겨받았다.

전 사장은 2016년부터 의료기기사업을 맡아왔는데 4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났다. 김 부사장은 2017년 의료기기사업부에 합류한 지 약 3년 만에 사업부를 책임지게 됐다.

김 부사장은 지금은 없어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이다. 삼성전자 사업지원팀 임원으로 있다가 2014년 미래전략실로 이동해 미래전략실이 해체될 때까지 전략팀 소속으로 일했다.

미래전략실은 그룹의 미래전략과 사업 구조조정 등을 총괄한 조직이다. 김 부사장이 의료기기사업부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의료기기사업은 삼성그룹이 과거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사업이다. 애당초 미래 신수종사업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미래전략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으며 챙겼던 분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의 철수설이 돌자 2016년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직접 의료기기사업부의 미국 자회사를 방문해 사업현황을 보고받고 사업의 방향을 검토한 일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혈액검사기를 출시하고 의료기기사업에 진출했다. 2020년까지 1조2천억 원을 투자해 매출 10조 원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의료기기 사업은 계획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레이, 넥서스 등 야심차게 인수했던 회사들은 이미 매각했고 주력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의 매출은 2019년 기준 3천억 원대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그룹이 의료기기사업에 거는 기대도 줄어들었다. 2018년 8월 발표된 삼성의 4대 미래 성장사업은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으로 의료기기 분야는 제외됐다.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을 개편할 것이라는 시선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미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는 김 부사장이 합류한 뒤 조직을 독립하고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등 적잖은 변화를 겪고 있다.

2017년 말 조직개편에서 의료기기사업부는 기존 CE부문 산하에서 독립해 별도의 전사조직으로 분리됐다. 소비자 대상(B2C)사업을 주로 하는 CE부문과 기업간거래(B2B) 위주의 의료기기사업의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였지만 의료기기사업의 재편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2018년에는 일부 사업을 매각하고 주력인 영상진단기 분야로 사업을 집중했다. 체외진단기를 만드는 자회사 넥서스를 매각하고 체외진단의료기기(IVD) 부문도 매각했다.

이번에 김 부사장이 사업부장으로 전면에 나서는 만큼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부에 대대적 수술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의 통합이다. CT 등 영상진단기기를  만드는 의료기기사업부와 초음파진단기기를 만드는 삼성메디슨을 합하면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두 조직은 이전부터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고 지금도 판교의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이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기에 언제든 합병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는 2014년 말 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각자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2015년 2월 공시를 통해 삼성메디슨과 합병이나 의료기기사업의 분할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이 의료기기사업과 바이오사업을 연계하는 새로운 구상으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김 부사장은 미래전략실 재직 시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감사를 맡아 바이오사업에도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사건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어 김 부사장의 운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8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은 김 부사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