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이 유럽에서 성공을 미국에서 이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 사장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이는데 경쟁이 치열해 점유율 확대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유럽에서 성공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이번에는 미국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


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 파트너인 글로벌제약사 머크(MSD)와 함께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SB3)를 올해 상반기 미국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온트루잔트는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텍이 개발해 글로벌제약사 로슈가 판매하는 위암·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허셉틴은 세계에서 매출 7조 원가량을 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미국에서 매출만 약 3조 원에 이른다.

고 사장은 온트루잔트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월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대용량 온트루잔트 제품 420mg의 판매를 승인받았다. 150mg 제품과 함께 다양한 처방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도 150mg과 420mg 두 제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다.

고 사장에게 미국시장은 매우 중요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9년 영업이익이 1225억 원을 거두며 창사 아래 처음으로 흑자전환했는데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을 늘려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바이오시밀러 4종의 유럽 판매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점차 내려가고 있어 향후 수익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 사장은 지난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유럽의 제품 가격이 인하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예측 못하는 범위는 아니다”며 “추가 제품 개발 외에 기존에 시판하고 있는 제품의 공정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트루잔트 등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수요는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셉틴을 처방받는 환자의 약값은 1년 동안 1억 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바이오시밀러로 대체하면 약값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온트루잔트의 보험상한가가 허셉틴보다 약 30% 낮게 책정돼 있다.

이와 같은 가격문제로 허셉틴은 최근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2019년 세계 허셉틴 매출은 2018년보다 12%나 줄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슈가 허셉틴의 제형을 변경한 피하주사제를 출시하는 등 방어전략을 펼쳤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침투하는 바이오시밀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온트루잔트가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유럽에서 성공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이번에는 미국

▲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


미국에는 이미 암젠과 마일란·바이오콘, 화이자에 이어 올해 3월 셀트리온이 유방암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출시하면서 경쟁구도가 4파전으로 구축됐다. 온트루잔트까지 출시되면 5개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가 판매되는 것이다.

암젠은 이미 지난해 7월 유방암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해 미국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암젠의 제품은 지난해 10월 판매량 기준으로 허셉틴시장의 약 7.9%를 대체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 화이자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파격적 도매가격을 책정하는 등 초기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이자의 유방암 바이오시밀러는 셀트리온의 허쥬마보다도 10mg당 10달러 이상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온트루잔트의 미국 출시가 늦어질수록 점유율 확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암젠이 유방암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한 뒤 미국에서 온트루잔트의 최대점유율 예상치를 기존 15%에서 10%로 낮추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허셉틴 개발사와 비공개로 합의한 내용에 따라 온트루잔트 출시일이 결정될 것”이라며 “출시시기가 몇 달 차이 난다고 판매량 등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