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지역안배로 농협 인사를 마무리할까?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비롯해 비어있는 보직의 후임으로 영남, 충청, 호남, 경기 등 다양한 지역의 인물들이 거명되고 있다.
 
이성희, 농협 요직 인사를 세대교체형 지역안배로 마무리하나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이 회장이 최근 일련의 대규모 물갈이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보은인사 논란을 의식해 남은 인사에서는 지역안배에도 신경을 쓰면서 세대교체에도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나온다. 
 
24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호금융 대표, 조합감사위원장 등 임원인사가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25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26일 대의원회에서 최종 선출된다.

16일 열린 농협중앙회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부회장에는 유찬형 농협자산관리회사 대표가, 상호금융 대표에는 이재식 미래경영연구소장이, 조합감사위원장에는 김용식 농협케미칼 대표가 각각 단독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몇몇 인사가 임원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대의원회에서 최종 결정되기 전까진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농협중앙회 임원인사와 함께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와 농민신문 사장의 인선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농업경제지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장철훈 농업경제 상무가 농업경제 대표이사로 발탁돼 이달 말 주주총회 의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신문 사장에는 하승봉 전 농협중앙회 상무가 거명된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중앙회와 독립적으로 인사절차가 이뤄지지만 농협경제지주가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만큼 이성희 회장의 뜻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농민신문도 자체적으로 인사시스템이 마련돼 있지만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 회장을 겸하고 있다.

현재 물망에 오른 인사들을 중심으로 출신지역을 살펴보면 유찬형 대표와 김용식 대표는 각각 충남과 충북 출신이다. 

이재식 소장이 경북 출신이고 장철훈 상무는 전남 출신이다. 하승봉 전 상무는 이성희 회장과 같은 경기도 출신이다. 

이에 앞서 취임한 손병환 NH농협은행장까지 포함하면 영남권 2명, 충청권 2명, 호남 1명, 경기 1명으로 지역별로 골고루 나뉘게 되는 셈이다. 손 은행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이런 지역별 구성에 비춰볼 때 이성희 회장이 지역안배를 고려할 것이란 시선이 있다.

영남권 인사를 핵심보직 가운데 금융부문인 농협은행장과 상호금융 대표에 발탁하면서도 부회장과 조합감사위원장에 충청권 인사를 선임해 농협 내부의 관리와 감독 권한을 맡긴다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호남 인사에게 경제사업을 맡겨 이 회장 취임 이후 호남지역 인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씻으면서 경기도 출신 인물도 계열사 대표에 발탁해 그동안 불거졌던 '경기도 홀대론'을 종식시킬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앞서 경기도 출신인 이성희 회장이 농협회장 선거에서 영남권 조합장들의 지지에 힘입어 농협 회장에 당선된 만큼 친정체제 구축과 ‘보은인사’를 위해 경기도와 영남권 인사를 중용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물망에 오른 인물들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농협 임원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출생연도를 살펴보면 1959년 태어난 하승봉 전 상무를 제외하고 모두 1960년대 초반 출생한 인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유찬형 대표가 1961년 출생, 손병환 은행장과 김용식 대표가 1962년 출생, 장철훈 상무가 1963년 출생이다. 가장 어린 사람은 1964년에 태어난 이재식 소장이다.

반면 이전 대표들은 대부분 1950년대 출생이었다.

이번 인사가 마무리되면 이 회장은 대규모 물갈이인사로 어수선해진 농협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공약에 내세웠던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조합장 중심의 농협 지배구조 개혁 등 농협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품목별 조합 중심의 경제사업 개편,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 농협중앙회 조직개편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