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리더십 위기는 기대 이하의 총선 성적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황 대표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오늘Who] 황교안 통합당 리더십 흔들, 총선 뒤 운명 더 가혹할 수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선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당 장악력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보수진영 내 대선주자 입지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통합당은 20일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황교안 대표를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를 공식 출범했다.  

황 대표는 이날 선대위 발대식에서 “선대위는 국민의 선대위, 나라를 지키는 선대위, 경제를 살리는 선대위로서 더욱 결연한 의지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도 되기 전에 황 대표는 당 안팎에서 리더십에 도전을 받고 있다.  

시발점은 미래한국당에서 일어난 '공천 반란'이다.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는 통합당 영입인재를 당선권 밖에 배치하는 '소신공천'을 강행해 황 대표는 물론 통합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미래한국당 선거인단 투표에서 공천안이 부결된 뒤 원유철, 정갑윤, 염동열, 장석춘 등 통합당 의원 4명이 탈당 뒤 미래한국당에 입당해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황 대표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당장 당 내부에서 공천이 확정된 의원을 중심으로 황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혜훈 통합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유명하고 인기 있는 사람들은 다 배제되는 이상한 선거가 되고 있다”며 통합당의 공천 실패를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탈락시켰는데 황교안 대표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누가 표를 얻을 지 걱정되는 선거”라며 황 대표를 겨냥했다.

이언주 통합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원성 최고위원의 공천취소와 관련해 “좋은 사람들이 닳고 닳은 정치꾼들의 음해와 권모술수에 밀려 낙엽처럼 떨어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과연 이게 정치인가 싶다”며 “이런 식의 결정이 공당에서 이뤄진다는 게 가능한지, 절차상 문제가 없었는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이 맞는지 모든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 전 대표가 황 대표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점을 놓고 총선 뒤 황 대표의 당 장악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측근마저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선거를 통해 당을 확고히 장악하는 데 필요한 '친황교안사단'을 당내에 구축할 수 있을지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황 대표의 성균관대 후배이자 황 대표체제에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내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황 대표는 미래한국당 대표로 한 의원을 앉히면서 절대 신임을 보냈지만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게다가 한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 언론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박진 전 의원과 박형준 전 의원의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을 요청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그는 “통합당이 앞으로도 만행을 저지를 것 같아서 경고하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라는 표현도 썼다.

대표직을 사퇴할 때는 “한 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 "부패한 권력" "가소로운 자들"이라는 격결한 표현으로 통합당을 비난했다. 구체적으로 인물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지칭한 이들이 황교안 대표와 측근들일 것으로 추정한다.

미래한국당의 '공천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5선인 원유철 의원이 통합당을 탈당해 미래한국당 대표가 됐지만 원 의원은 친박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황교안 계파로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 황 대표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한 전 대표가 황교안 대표의 '공천청탁'을 폭로한 만큼 운신의 폭도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황 대표가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황 대표에게 남은 사실상 유일한 카드는 총선 승리다.

서울 종로구에서 펼쳐지고 있는 선거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꺾는다면 당 장악력은 물론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도 확고해진다. 

하지만 종로에서 황 대표가 승리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17일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종로 지역구 후보의 지지율은 이 전 총리가 51.7%, 황 대표가 33.2%로 집계됐다.

비록 종로 선거에서 지더라도 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거나 최소한 더불어민주당과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확보하면 마찬가지로 황 대표의 지도력은 굳건해질 수 있다. 험지에 출마해 당을 살린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반면 통합당이 총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면 황 대표는 책임론을 마주해야 한다. 당내의 유승민 의원은 물론 당밖에 있는 홍준표, 김태호, 안철수 등 다음 대선후보군으로 꼽히는 이들이 앞장서 황 대표를 성토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홍 전 대표는 17일 대구 수성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는 저로서는 잘못된 협잡공천과 대선 경쟁자 쳐내기라는 일부 세력의 불순한 음모 때문에 잠시 당을 떠나 광야로 나가 총선에서 승리한 뒤 바로 복당을 할 것”이라며 총선 뒤 황 대표 공격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종로 총선여론조사는 MBC 의뢰로 14일부터 15일까지 실시됐다. 서울 종로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이 조사에 응답했다. 응답률은 15.2%,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