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가 음료부문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렸던 전략을 주류부문에 확대해 적용하며 주류사업 적자폭을 줄이는 데 힘쓰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주류부문 매출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비용을 줄이면서 체질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술사업 적자 줄이기 위해 허리띠 더 졸라맨다

▲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이사.


13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올해 상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는 2020년에도 주류부문에서 점유율 축소 흐름이 이어지면서 생산성 악화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은 2019년 3분기 이후 소주와 맥주 판매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며 “최근 코로나19 이슈가 업소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2020년 1분기까지 외형 위축과 이익 축소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2019년 3분기와 4분기 맥주 매출이 각각 50%, 69.8%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상반기에도 맥주 매출은 45% 넘는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새 맥주 제품 ‘테라’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악재까지 덮쳐 주류소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제품 ‘처음처럼’을 앞세워 롯데칠성음료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소주부문도 2019년 하반기 매출이 20% 넘는 감소세를 보인 뒤 회복이 더디다.

이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끈 능력을 인정받아 2019년 12월 롯데칠성음료 통합대표로 주류부문까지 맡게 됐다.

이 대표는 우선 앞서 음료부문에 도입해 성과를 입증한 ‘ZBB(Zero Based Budget) 프로젝트’를 주류부문에도 적용하는 것으로 첫 발걸음을 뗐다.

ZBB 프로젝트는 원가절감과 프로세스 개선으로 비용을 줄이는 수익성 중심 경영전략이다.
 
이 대표는 2017년 롯데칠성음료 음료사업부문 대표에 오른 뒤 수익성이 양호한 탄산음료의 매출 증가뿐 아니라 수익성이 낮았던 생수, 커피, 주스 등 제품군의 고른 성장을 이끌며 국내 음료시장 1위 기업의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특히 음료제품의 할인율 축소, 주스부문 상품 구조조정, 비용 절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롯데칠성음료 음료부문 영업이익률은 2017년 7.5%. 2018년 9.1%, 2019년 9.6%로 꾸준히 높아졌다.

이 대표는 주류부문도 중간유통단계의 과도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프로세스 개선, 제품 원가 절감, 광고판촉비의 효율적 집행 등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비용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존 대표제품들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관계자는 “올해 맥주 대표제품 클라우드의 고급 이미지를 강화하고 특히 종량세 시행에 따라 선제적으로 출고가에 이를 반영해 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음료와 주류는 시장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용 절감 중심의 경영만으로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의 실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음료시장은 다양한 제품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며 트렌드 변화가 빠른 시장이지만 주류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인기제품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이 쉽지 않다.

주류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카스'로 10년 가까이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오비맥주를 추격하고 있는 하이트진로가 대형 새 제품 ‘테라’와 ‘진로’로 시장의 판도를 흔들면서 국내 주류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이 기존 제품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국내 맥주소매시장 점유율이 2018년 6.1%에서 2019년 4.3%로 떨어졌다.

주류부문 영업이익도 적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8년과 2019년에도 주류부문에서 각각 적자 590억 원과 587억 원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